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로 국내 자동차와 철강 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 FTA 협상에서 자동차 업계의 미래 성장을 버리고 철강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한미 FTA를 손 볼 때마다 자동차만 계속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미국의 25% 철강 추가관세 부과국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보이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07년 FTA 최초 타결 이후 의회 비준을 추진하던 중, 미국의 발효 전 추가 협상 요구로 2010년 3개월간 협상에 나서 새로운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한국 자동차 분야의 양보가 적지 않아 '굴욕 협상' 논란이 불거졌다.
2007년 처음 타결된 합의안에서는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2.5% 관세를 3000cc 이하의 경우 즉시, 3000cc 이상의 경우 3년 내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8%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철폐 기간이 5년으로 일괄 연장됐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8% 관세를 4년간 4%로 낮추고 5년째 완전히 없애는 것으로 수정됐다.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도 기존 '10년간 점진 축소'에서 결국 '8년간 25% 유지, 9~10년째 단계적 철폐'로 바뀌었다.
2012년 발효 후 5년만에 이뤄진 이번 개정협상에서도 결과는 '한국 자동차의 양보'였다.
우선 픽업트럭 관세철폐가 23년간이나 유예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미국 픽업트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25% 관세를 물고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픽업트럭은 미국 차 업계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차종으로 꼽힌다.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기존 할당량의 두 배인 5만대까지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는 미국 완성차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BMW·벤츠·도요타 등 미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현재 20%에 육박하는 수입차 점유율이 더 높아지고, 국내 메이커들의 입지가 더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이날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안보를 이유로 철강수입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려했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철강업계는 그동안 한국의 국가면제를 위해 정부가 기울여 온 전방위적인 노력에 심심한 사의를 표했다.
우리나라의 국가면제 조건은 2015~17년 평균수입물량의 70%로 한국산 수입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대미 철강수출의 74% 수준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국가면제라는 결과는 미국이 한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조치의 일환이며, 추후 협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결과의 후속조치로 세부적인 대미 철강수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안보 및 통상 우려를 불식시켜 대미 철강수출 제한이 더 완화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협회측은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대한 쿼터제를 실시함에 따라 향후 강관 수출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당초 작년 철강수입의 63% 수준으로 제한하려 했던 것보다 이번에 타결된 74% 쿼터는 양호한 결과이나, 미국의 초강경 입장으로 더 많은 쿼터를 확보하려 했던 정부의 노력이 온전히 성사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향후 철강업계는 '철강통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내부 통상역량을 결집, 철강통상대응 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