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지난 26일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Q&A' 공문 발송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6일 각 대학에 발송한 공문 내용 /캡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6일 각 대학에 발송한 공문 내용 /캡처
교육부가 올해 지원 대학을 선정하는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권장하고, 교사추천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부적정 평가항목에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은 올해 입시가 6개월, 내년 입시가 18개월 앞둔 상황에서 대입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트로신문이 28일 입수한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Q&A'를 보면, 교육부는 이 사업에 지원한 대학이 학생 선발시 교사추천서 서류를 요구하면 부적정 평가를,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아예 폐지를 권장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대입 위탁기관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지난 26일 오후 각 대학에 발송했다.
자료를 보면, 이번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대입전형 제출서류 항목(사업 신청서 15~16쪽) 중 교사추천서에 대해 "교사추천서 등의 모집단위별 학생 제출 서류가 적정한지, 합리적인지 평가하는 지표"라면서 "평가에 활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서류를 제출받거나, 모집단위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부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교사추천서는 대학들이 비슷한 성적대 학생들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다수 대학의 교사추천서는 모집단위 특성에 따라 대입에서 실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교육부의 부적정 사례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아예 폐지를 권장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보낸 공문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했는지 등의 개선 노력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은 학생 수험 부담 완화 측면에서 폐지를 권장하며, 지원사업에서 수시모집 내 수능최저학력기준 축소·폐지는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했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했는지 등 개선 노력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사실상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과 교사추천서 등의 폐지를 압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학들은 특히 대학 입시가 6개월~1년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입시에 관여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들은 이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대학들은 그동안 대학별 입시전형위원회를 구성해 이미 전형 계획을 확정한 만큼 촉박한 시일 내에 계획 수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수도권 A 대학 입학처장은 "대학들은 학생들을 더 자세히 판단할 수 있는 전형요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교육부가 내놓은 규제를 보면 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2020학년도 전형계획은 이미 전형위원회 절차를 거쳐 확정돼 수정이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포기하더라도 기존 전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B 대학 입학처장은 "재정지원사업을 포기하더라도 기존 전형을 유지하는 대학들도 상당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백광진 회장(중앙대 입학처장)은 "수능최저 기준 폐지나 교사추천서 폐지 등에 대해 대학들은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동안 입시를 준비해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를 코앞에 두고 전형계획을 바꾼다면 대학 입시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는 4월 예정된 정례 모임 등을 통해 대학들의 의견을 모은 뒤 교육부에 대학들의 의견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학별 의견 차이가 있어 공통된 의견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