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와 한국은행 육승환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이 29일 발간한 'BOK 경제연구 통화정책과 기업 설비투자'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기업의 투자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 규모별로 상이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은 앞다퉈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 했다. 그럼에도 장기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주요국 통화정책과 기업 설비투자 간 상관관계를 기업 단위의 미시적 차원에서 검증하고자 했다. 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경로를 활용해 분석했다.
자산가격경로의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돼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자금조달도 용이해져 투자가 증가하는 경로다.
대차대조표경로는 유동성이 증가하면 기업의 현금흐름이 개선돼 사내유보가 증가하고 외부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의 투자수요가 증가하는 경로다. 특히 통화정책의 효과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해 분석 대상 기업을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와 하위 50%로 나눠 추정했다.
분석결과 기업 규모가 작은 경우 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경로가 더 뚜렷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도출됐다. 유동성자산 비율은 상위 50% 기업에서는 투자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하위 50% 기업에서는 반대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도 큰 기업보단 작은 기업에서 더 크게 작용했다.
육 연구위원은 "이는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투자를 위해선 사내유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