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협력 대기업들에게 잇따라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료비, 인건비 등 원가는 끊임없이 오르는데 제품을 납품하고 받는 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단조조합)은 이달 말까지 협력대기업들에게 납품단가를 최소 10% 인상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단조업계가 대기업들을 향해 집단적으로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단조 제품은 자동차, 산업기계, 항공기, 선박, 방산, 중장비 등을 만드는데 두루 쓰이고 있어 이들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업계의 요구 대상인 셈이다.
앞서 중소주물업계도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불가피할 경우 생산중단까지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단조란 고체인 금속재료를 해머, 프레스 등을 이용해 두들기거나 압력을 주는 등 기계적 방법으로 일정한 모양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뿌리산업으로 지정된 6대 기술인 금형, 주조,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가운데 단조가 소성가공 기술의 하나다.
단조조합에 따르면 탄소강(S45C 등)을 비롯한 원자재는 최근 1년간 ㎏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11% 올랐다. 이들 원자재는 단조제품 원가의 65% 가량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제조원가의 20% 정도인 인건비도 최저임금 등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다만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 인상률은 5% 이내로 최소화하고 있다. 열처리 비용(제조원가의 8%)도 올 들어 6~12% 가량 올랐다.
이처럼 원자재, 인건비, 열처리비 등을 감안할 때 제조원가만 9% 가량 올랐다는게 단조조합의 분석이다.
업계가 최소 10%의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다.
단조조합 박권태 전무는 "중소단조업계는 공공조달도 없이 100% 기업간 거래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어디에 호소를 할 곳이 없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일부 대기업은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면 더 싸게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적 위치에 있다. 이번에 집단적으로 (단가인상을)요구한 것은 그만큼 업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단조산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연평균 1%의 매출 성장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013년 당시 평균 5.6%에서 2016년에는 3.9%로 하락했다. 특히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4%에서 2.5%로 37%나 떨어졌다.
단조조합은 납품처와 원가요인이 지역별, 소재별로 달라 우선 1차로 회원사별로 협력대기업에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청한 후 반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업계가 2차 요구사항을 다시 협의키로 했다.
박 전무는 "뿌리산업 생태계가 건전해져야 조립완성품의 글로벌경쟁력도 커진다"면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은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대기업을 향해 납품단가 인상을 집단적으로 요구한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생산중단 결정 시기를 이달 16일로 미루고 대기업들의 인상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