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별 전형계획, 4월 말 확정
연세대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0학년도에서 수시모집 수능최저 폐지와 정시모집 확대를 발표한 가운데, 서울지역 일부 대학들도 이 같은 계획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시 선발 비율이 낮고 '깜깜이 전형'이란 오명을 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서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의 정시모집 선발인원 확대가 점쳐지는 가운데 학종 선발비율이 어떻게 될지도 주목된다.
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서울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별로 지난달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2020학년도 전형계획을 제출했다. 연세대를 비롯해 일부 대학이 수능최저 폐지와 정시모집 확대 계획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은 이달 중 대학 총장 등으로 구성된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대학별 전형계획이 정부의 대입 기본계획과 상충하는지 여부를 파악해 최종 전형계획을 이달 말까지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거치면서 대학별 전형의 변동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교육부가 그동안 수시모집 수능최저 축소를 언급해 왔고, 최근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교협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보면, '수시모집에서 과도하게 설정된 수능최저(등급)를 완화할 것을 권고한다'고 돼 있어 의무사항은 아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와 시행령 제32조를 보면,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은 수험생들의 안정적인 대입 준비를 위해 법령 개정 등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수정을 금지하고 있다.
대학별로 연세대가 지난 1일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정시모집 인원을 확대키로 한 가운데, 다른 대학들도 이미 정한 전형계획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대는 수능최저 축소와 정시모집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정부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수시 수능최저 축소를 검토하고 있고, 정시모집의 경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확대할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최저 기준이 낮아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게 대학 측 판단이지만 변동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지난해 영어 절대평가로 수능최저 기준이 완화된 셈이고 전형을 수정할 경우 파장을 고려해 이미 정해진 2020학년도 전형계획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수능최저 완화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대학별고사인 면접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수능최저를 넣기로 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박태훈 국민대 입학처장은 "수시는 학생부위주로 정시는 수능 위주로 선발한다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2020학년도에 면접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최저를 넣는 안을 정했지만 대교협 입학전형위원회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학내에서는 학생선발을 위해 수시모집에서 면접고사나 수능최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수시모집 수능최저가 완화될 경우 정시모집 인원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들은 그동안 각 고교별로 차이가 큰 학생부 성적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 성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수능최저 적용이 힘들 경우 변별력 약화가 우려되고, 정시모집 등 다른 전형 선발을 고려할 수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상당수 서울지역 대학들이 2020학년도에 수능최저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정시 모집인원은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럴 경우 일부 학력수준이 검증되지 않은 학생을 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모집 인원이 적은 서울지역 대학 /종로학원하늘교육
정시모집 확대는 기존 정시 선발 비율이 낮은 대학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학년도 정시모집 비율을 근거로 고려대(15.8%), 서강대(20.2%), 성균관대(21.0%), 서울대(21.5%), 이화여대(22.9%) 등 정시모집 비율이 낮은 5개 대학 위주로 정시 선발 인원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특히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받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이 높은 서울대(78.5%), 고려대(62.0%), 서강대(55.8%), 성균관대(47.5%) 등의 학종 선발인원 변경 여부도 관심사다.
또 논술전형 등 일부 수시전형을 위주로 수능최저 완화시 중복합격자 증가와 이에 따른 미충원 인원 발생 등으로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도 늘 것으로 보이는 등 정시 선발 인원의 자연 증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