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당산역 근처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정연우 기자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이 썰렁하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종합대책 핵심규제 가운데 하나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이번달부터 시행돼서다. 지난달까지 다주택자의 아파트 정리가 활발했다. 실제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 지난달 2765건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나 늘어난 거래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에 거래절벽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보다는 '비강남권'인 마포와 영등포 등 강북지역 아파트 거래가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당산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4일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들의 경우 거의 다 소진돼 현재는 매물도 거의 없고 매수자들도 없다"며 "지금은 거래 정체 상태가 됐다"고 한숨지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3개월새 찾는 사람이 많아 아파트 가격이 2억원 정도 올랐지만 지금은 매물이 별로 없다. 실제 거래가 끊겼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양도세 중과 시행 전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만38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58건을 기록한 것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다주택자가 전국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팔면 이전보다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2주택 보유자는 기본세율 6~42%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가 중과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양도세율이 최고 62%로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2, 세종, 부산 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기장·부산진구 등 40곳이다.
마포구 일대 아파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매물이 나온 게 없다. 서울권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나 비수도권 지역 아파트를 알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 김은진 팀장은 "서울의 경우 양도세 중과의 영향으로 다주택자들이 기존 매물을 대부분 처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행 전 처분하지 못한 사람들은 임대사업자로 전환해서 매물이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태여서 당분간 아파트 거래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임대사업자 등록이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 신규 등록자 수는 지난해 11월 6159명, 12월 7348명에 이어 올해 1월 9313명으로 9000명선을 돌파했다. 정부가 발표한 예외조항에 따라 주택을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지대교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내게 되면 임대 기간 동안 매도할 수 없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외조항에 따르면 3주택 보유자의 경우 수도권·광역시·세종시 외 지역의 3억원 이하 주택, 2주택자는 부산 7개구나 세종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 산 집을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등의 이유로 팔 때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