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자문사인 한가람투자자문이 "올해 모든 걸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펀드 운용에 이른바 '모듈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단순한 주식형 외에도 메자닌, 대체투자 등 투자의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운용사로의 새로운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이기석 한가람투자자문 전무(CIO)./한가람투자자문
한가람투자자문의 운용 총괄을 전담하고 있는 이기석 전무(CIO)는 4일 "올해부터 새로운 운용시스템으로 MP(모델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며 "올해는 보다 리테일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가람투자자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운용시스템 변화 작업을 올 1월에 마무리했다. 이른바 '모듈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매니저 각각의 MP를 조합해 하나의 MP로 운용하는 멀티매니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3명의 매니저가 각각 바이오 MP, 성장주 MP, 중소형주 MP를 운용하고 있다면 해당 MP를 종합해 하나의 MP를 만드는 것이다. 3개 MP의 구성비율은 매달 수익률·MDD(고점 대비 최대하락폭)등을 고려해 조절한다.
이 전무는 "이러한 방식은 한 명의 매니저가 수익을 내지 못해도 다른 매니저가 수익률을 보완해 주면서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MP를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매니저 한 명이 이탈해도 지장이 없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모듈화 시스템'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 전무는 "연 초 이후 부침을 겪었던 증시에도 변동성 없이 꾸준하게 운용했고, 코스피지수 대비 2.79%포인트 웃도는 수익률(대표계좌기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가람투자자문의 투자종목 선정 방법은 '사지말아야 할 종목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는 셈이다.
이 전무는 "보통 운용사들은 바잉 리스트(buying list) 300개를 정하고 이 중에서 가장 좋은 100개 종목을 고르는 방식이라면 우리는 사지 말아야 할 종목을 제외한 유니버스(그룹)를 만들고, 이 중에서 좋은 종목을 고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수익률이 좋고 인기있는 종목이라도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높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종목 유니버스에서 제외한다. 때문에 바이오 MP에는 메디톡스, 셀트리온 등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바이오 종목만 담겨 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지난해 불거진 매각설을 딛고 독자생존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 예정이다. 지난 한 해동안 27.7%의 투자수익률을 거두면서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다.
이 전무는 "지난 2016년 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연금자금 7000억원이 모두 빠져나갔다. 3조원에 달했던 자금이 1000억원 밖에 남지 않게 되자 매각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현대엠파트너스가 관심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간에 한 번 매각이 무산되고 지난해부터 다시 접촉이 와서 매각이 마무리 단계까지 갔으나 우리 측에서 매각을 포기했다. 지난해 성과가 좋았고, 1000억원으로도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운용사'로의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운용역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고, 향후 사모, 대체투자 등 투자직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