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인적 구조조정 없는 자구안 받아들이기 힘들듯
정부가 구조조정에 '고통분담'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STX조선해양이 9개월 만에 다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정부가 STX조선에 제시했던 기한은 지났지만 노사가 합의안을 만들어냈고, 법정관리 신청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이 남아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합의내용이다. 알려진 대로 노사의 합의안이 희망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제외한다면 채권단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10일 "노조의 자구계획 제출 거부에 따라 STX조선은 창원지방법원 앞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전날인 9일까지 노사 확약이 없을 경우 법정관리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셈이다.
산은 측은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희망퇴직 외 아웃소싱 등 인력 감축에 반대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담당 부행장이 현지에 상주하며 노사와 3자 면담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노조의 동의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원칙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해도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아직 여지는 남아있다. 문제는 노사 자구안의 내용이다. 산은은 앞서 자구계획이 미흡하거나 향후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법정관리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의 경우 금호타이어와 달리 채권만기가 특정일에 돌아오거나 유동성이 고갈된 상황이 아니라 법정관리 신청까지 협의할 여지는 남아있다"면서도 "기존 노조의 입장대로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자구안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합의안은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등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무급휴직·임금삭감·상여금 삭감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생산직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는 방향이다. 컨설팅을 통해 정부와 산은이 제시했던 75% 인력감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강도에는 현저히 못 미친다.
정부는 앞서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고, 산은 역시 중소조선사 생태계 보존도 중요하지만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없이는 국민경제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노조, 대주주, 채권단 등 이해당사자가 고통을 분담하며 회사가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경영 정상화의 원칙을 세웠다"며 "(STX조선 처리도)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계획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은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재산 조사 등 조사 보고를 토대로 법원 판단하에 회생형 법정관리 또는 인가 전 인수합병(M&A), 청산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지역 경제 충격 등 STX조선의 회생절차 전환 여파를 최소화하고, 법원 주도로 산업 재편 등이 원만히 진행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