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국내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이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시중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코코본드의 투자 수익률이 일반 회사채 대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구조인 데다 만기가 30년으로 장기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코코본드 발행액은 1조1920억원 규모다.
코코본드 발행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분기평균 1조3112억원, 1조1125억원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평균 5637억원으로 줄었었다.
발행 형태도 후순위채에서 신종자본증권 위주로 바뀌고 있다.
1~3월 중 전체 조건부자본증권 중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의 비중은 각각 83.2%, 16.8% 비중을 차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정은 연구원은 "'바젤 Ⅲ'에서 인정하는 조건부자본증권 기준 중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증권의 발행 후 금리 상향조정(step-up) 등의 중도상환유인 조항 설정을 금지하는 신설 조항'을 충족하는 자본증권 발행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에 발행된 조건부자본 중 '바젤 Ⅲ' 요건에 맞지 않는 부적격 자본증권에 대해서는 자본인정금액을 매년 10%포인트씩 차감해야 하는 만큼 불행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불리는 코코본드는 국제 은행 자본규제인 바젤Ⅲ 시행에 따라 자본으로 인정된 신종 채권이다. 우량 은행과 금융지주 회사가 발행하면서도 기존의 다른 채권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가장 최근에 발행한 IBK기업은행의 코코본드(3500억원)를 예로 보자. 금리는 5년 콜옵션 조건이 3.82%(국고 5년물+130bp), 10년 콜옵션 조건이 4.21%(국고 10년물+148bp)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코코본드가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유념할 점도 있다. 일부 회사가 발행한 코코본드의 경우 '상각형'으로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발행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권고·요구·명령을 받으면 원리금이 전액 상각되거나 이자 지급이 중단돼 사실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후순위채보다 크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 가치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우선 이자를 떼일 걱정은 안해도 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IBK기업은행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한다.
하나금융이 발행하는 코코본드(2월 2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사전청약에도 258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릴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하나금융지주의 코코본드 신용등급을 일반 회사채(AAA)보다는 낮은 'AA-'로 평가하지만 우수한 편이다.
실적기반도 탄탄하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25조88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이자이익(23조2695억원)보다 2조6136억원(11.2%)이나 늘었다.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질이 안정적인 편이다.
국내 은행들의 자산은 대부분 대출로 구성됐다. 파생상품, 단기매매 및 매도가능금융 등이 포함된 투자자산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또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대출자산 내 부실채권(NPL) 비중은 1% 초반에 불과하다. 대출자산의 약 70%는 담보 및 보증대출이며, 국내 대출이 대부분이다.
반면 유럽 주요 은행들은 투자자산 비중이 52%로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하고 있다. NPL 비중도 최대 17.8%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