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짜리 노예계약이 1년 더 늘어난 것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이율 높은 단기 적금 상품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다"
취업준비생 이윤정(29) 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이하 청년공제)를 '노예계약'이라고 정의했다. 이 씨는 정부가 내놓은 청년 일자리 대책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건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지난 2016년 도입된 청년공제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1300만원을 지원해 총 1600만원을 만들어 주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3월 이 제도를 확대해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모으면 2400만원을 지원해 만기 때 3000만원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청년 실업률(9.8%)이 전체 실업률(4.6%)의 두 배를 웃돌고, 전체 실업자 126만5000명 중 청년 실업자가 42만1000명으로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청년 실업 문제가 악화되자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청년공제는 정부와 기업을 위한 제도지 우리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취업률 높이려는 정부의 꼼수
"직원들 월급도 제때 못 챙겨 줄 정도로 어려운데 무슨 수로 2년을 버티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에 입사한 박상기(31·가명) 씨는 청년공제에 가입했지만,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씨는 "청년공제에 가입된 회사라고 해서 꽤 괜찮은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건비도 안 나올 만큼 재정 상황이 안 좋은 회사였다"면서 "정부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청년공제를 신청하는 기업이면 아무 데나 막 받아줘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명단을 공개한 상습임금체불사업장은 청년공제에 참여할 자격이 제한된다. 하지만 고액·상습 체불사업주로 명단에 오른 사업장이 1534곳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김태훈(28) 씨는 "청년공제 가입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것은 일단 아무 곳에 들어가게 해서 취업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꼼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 선택은 개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청년들이 직접 회사에 다녀보고 계속 다닐만한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청년공제 가입 유예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고 해명했다.
◆장기 대책 필요
중소기업에서 서비스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유모(26) 씨는 "취업준비생들이 1000만원을 더 준다고 해서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장기간 근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같이 입사한 동기들도 추가 수당 없는 야근, 특근에 질려 비슷한 시기에 전부 관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예산 집행 금액은 편성액인 1946억원의 55%(1077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청년공제의 전신인 '내일채움공제'의 누적 해지율은 작년 9월 기준 22%였다.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 10명 중 2명은 중간에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는 뜻이다.
청년공제 운영기관 담당자는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근로자들이 이 제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원 정책과 더불어 근무환경 개선 문제도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공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다.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간담회 등 여러 방식을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올해 청년공제에 편성된 예산은 지난해보다 1600억원 늘어난 3555억원이다. 지난 4일까지 집행된 예산은 13.8%인 290억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11.6%로 2016년 3월 11.8%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