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앞두고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외압 또는 외풍에 의한 사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사퇴 압력설'과 KT 황창규 회장의 경찰수사 등이 권 회장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와 KT는 과거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권 회장이 이끌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재선임된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18일 갑작스런 임시이사회를 열어 공식적인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권 회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CEO가 교체됐다'는 질문에 "정도에 입각해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하며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년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는 포스코가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의 사퇴가 외압 때문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한국철강협회장과 세계철강협회 부회장 등 중책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사퇴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중도 하차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포스코 CEO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포스코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가 새로운 CEO로 선출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 한 직원은 "권 회장의 후임은 현 정부의 기조에 맞는 인사로 내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철강업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회장의 비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임명 때부터 정권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선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와대 측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압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포스코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도 "권 회장의 사퇴 의사 표명에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 회장은 경영 공백이 없도록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경영을 맡을 예정이며 후임을 물색하기 위해 기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와 별도로 설치된 CEO승계카운슬을 가동시킬 예정이다. 일반적인 회추위는 사내이사가 모두 배제되고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승계카운슬은 현직 CEO인 권 회장(사내이사)과 김주현 이사회 의장,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권 회장의 후임 인사로는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과 오인환 포스코 대표이사,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황은연 전 원장은 2016년 권 회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다가 2017년 초 권 회장의 연임으로 갈 곳을 잃고 인재창조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달 퇴임했다. 오인환 대표는 현재 그룹 내 2인자로, 최근 조직개편에서 철강사업본부(철강1부문)를 맡았다. 최정우 사장은 포스코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등을 거친 뒤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역임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