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당뇨치료 이력으로 보험 가입은 '언감생심'이었던 50대 김모씨는 최근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꾸준한 관리로 일반인과 다름없는 건강한 생활을 해나가던 김 씨는 그간 남들 다 하나씩은 갖고 있는 실손보험에 내심 아쉬움이 컸다. 김 씨는 "당뇨 등 병력 보유자도 가입할 수 있는 실손보험이 출시됐다는 말에 이달 초 급히 가입했다"며 "일반 실손보험 대비 보험료는 조금 높지만 이제 병원을 갈 때마다 치료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질병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보험 사각지대' 해소 정책에 따라 병원비 부담이 큰 고연령층에 이어 유병력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당장 7개 손해보험사가 상품을 판매 중이며 내달 중 NH농협손보 등이 출시에 나선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력자 실손보험 판매 첫 주 실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7개 보험사의 지난 12일 기준 판매 건수는 총 2만1564건으로 집계됐다. 영업일수로만 따졌을 때 불과 9일만의 실적이다. 과거 고연령층 실손보험 출시 한 달 판매 건수(1626건)를 훌쩍 뛰어넘는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이 지난 1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상품 출시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상품 출시 보험사 7곳…"손해율 악화" 우려
보험사별로 살피면 DB손보가 7727건으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이어 한화손보 3775건, 메리츠화재 3103건, 현대해상 2224건, 삼성화재 2184건, KB손보 2184건, 흥국화재 367건 등의 순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 출시 초반 흥행몰이에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은 안그래도 손해율이 높은데 유병력자 대상 상품 판매에 따라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반 실손보험 상품의 위험손해율은 121.7% 수준. 통상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상품 적자로 보험사 손해가 크다. 보험사들의 손해율 악화 우려를 기우로만 치부할 순 없는 이유다.
실제 당국의 상품출시 권고에도 이달 판매를 시작한 보험사는 7개사로 일반 실손보험 출시 전체 22개사의 36%에 불과하다. 상품 출시 보험사도 관련 홍보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출시를 계획 중이던 NH농협손보,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일정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 보험료 부담 높아…보장 기능도 일부 제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반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419만건으로 전년 말 3332만건 대비 2.6% 늘었다. 우리나라 국민 5178만명 중 66%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과거 병력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실손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금융당국은 정책성 보험 성격으로 이달 각 사에 출시를 권고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심사 항목을 기존 18개에서 6개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병력 관련 3개, 직업 및 운전 여부, 월 소득 등을 따진다. 특히 5년 전까지 따지던 치료 이력은 2년 전까지로 간소화(암 제외)했다.
보장범위는 일반 실손보험의 기본형과 같지만 통원치료에 따른 약제 처방은 보험 적용이 제외된다. 도수치료비, 비급여 주사료, MRI 검사비 등 일반 실손보험의 비급여 특약 보장항목도 보장하지 않는다.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자기부담률은 일반 실손보험의 10~20% 대비 높은 30%로 책정됐다.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가입 연령은 최대 65세에서 75세까지로 높였다.
문제는 보험료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월 평균 보험료는 50세 남성 3만5812원, 여성 5만4573원으로 일반 실손보험(기본형)의 월 보험료 평균인 50세 남성 2만340원, 여성 2만9400원보다 배 이상 높다. 가장 높은 보험료를 적용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가장 저렴한 보험사 대비 전 연령대에 걸쳐 평균 25% 높게 가격을 책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미한 치료 이력이 있지만 대체로 건강하다면 가입이 허용될 경우 일반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보험료를 아끼는 일"이라며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 심사요건을 완화한 대신 일반 상품 대비 보험료가 비싸고 일부 보장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