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회사 소유 계열사 주식 매각 문제를 거론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 관련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자발적 매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슈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 스스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융사 소유 계열사 주식 매각 문제가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한 것임을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주식 매각이 어떤 형태로든 진행되면 주가 변동을 통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법안 마련 등 강제적인 시행이 있기 전에 회사 스스로 자발적이고 단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 보험사의 주식보유 제한기준을 은행·증권·저축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시장원가 평가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현재 보험업의 경우 보유주식은 취득원가로 평가한다.
일각에선 보험사의 주식보유 한도 규제 기준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것은 "삼성에 주어진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금융당국도 현재 이 같은 방안을 보험사들이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현행 보험업법 106조에 명시된 '보험사는 단일 계열사에 대한 주식 보유액이 총 자산의 3%를 넘으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약 258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한도는 총 자산의 3%인 약 7조7000억원이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23%. 현재 보험업법상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할 시에는 5600억원 수준으로 감독 규정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관련 정책을 발언한 지난 20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 331조3655억원을 고려할 때 이는 27조2713억원으로 계열사 보유 주식 기사 평가 시 삼성생명은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해 일부 재무건전성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할 경우 시장충격도 불가피하다.
시장에선 현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발의한 특정 주주의 지분을 매각할 때 자사주 취득 요건을 완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주의하고 있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주식시장이 아닌 삼성전자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관한 고민을 덜어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유력한 방안은 삼성물산이 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인데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삼성물산으로 옮겨가면 자연스레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해 경영권 방어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처분해 약 14조원의 현금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삼성전자 주식 물량을 전부 사들이기 위해서는 5조원 이상의 추가적인 자금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전자는 현재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자사주 소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이에 삼성생명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없다. 삼성전자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삼성화재도 1.4%를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합하면 9.6%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두 금융사의 지분율은 올해 안에 1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내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초과분을 2대 주주인 삼성물산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이 최근 자발적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하면서 삼성생명으로선 여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현재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계열사 지분 매각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는 계속 고민 중에 있다"며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