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반대의견을 내놓은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대차그룹을 제물로 삼아 단기 차익을 얻겠다는 전략을 준비하자 김상조 위원장이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헤지펀드는 지배구조가 나쁘거나 경영 효율이 떨어진 기업이 있으면 주식·채권을 매입한 뒤 허점을 파고들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기 자본을 말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8 아시아미래기업포럼' 기조 강연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전환 요구는 현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사 전환 ▲현대차·현대모비스 자사주 소각 ▲당기순이익의 40∼50%까지 주주배당 확대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엘리엇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하고 그 아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게 되는데 이 자체가 금산분리법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산분리법을 통해 비금융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이 미미한데다 이같은 제안은 무리한 요구로 여겨져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 개입 의사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본 출자구조 재편에 대한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을 상대로 소통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요구사항에 대한 문제점은 해외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앞서 외신들도 엘리엇이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금산분리법을 감안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지금의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계속 추진하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수익성만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무리한 요구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노림수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어 로이터는 "엘리엇이 실제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전통적인 협상전략에 불과하다"며 "현대차그룹은 거버넌스와 주주 배당 약속을 지킴으로써 엘리엇과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