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 사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성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향후 펼쳐질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완성, 민간·경제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해 주변 강국에게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와는 전화통화 외에도 서훈 국정원장을 별도로 보내 예방케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자주성'을 확립했다. 두 정상이 사인한 '판문점 선언' 앞부분에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문구를 포함시키면서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대북 제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 나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주말에도 쉴새 없이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주변 정상들과 대화를 시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9시15분부터 10시30분까지 1시간1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의견을 나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을 축하하고 특히 남북관계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문 대통령과 길고 매우 좋은 대화를 막 나눴다"고 전하고 "일이 매우 잘 되고 있다. 북한과의 회담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도)진행 중인 협상들에 대해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표명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해 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트럼트 대통령과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음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받겠다고 하면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일요일 오전 10시부터는 아베 총리와 통화를 했다. 두 정상간 통화는 45분간 진행됐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구체적 해결방안이 합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확인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특히 북한의 움직임은 전향적"이라며 "이 선언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북한이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게도 아베 총리가 북한과 대화할 의사를 갖고 있음을 전달했다. 특히 과거사 청산에 기반을 둔 북일 국교 정상화를 바란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과 일본의 다리를 놓겠다"는 뜻을 전했고, 아베 총리도 "일본은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와 별도로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서훈 국가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바쁜 가운데 문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정상회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납치문제에 대해 제가 요청한 것을 (회담에서)얘기해줬고 제 생각을 전달해 줬다"며 "북일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원장은 아베 총리와의 만남 후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만큼 이제는 국제사회가 협력해 비핵화를 실천단계로 옮겨가는 것이 큰 숙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유일한 방법은 평화적 해결"이라며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해결이라는 데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측에선 아베 총리 외에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이 배석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공유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전폭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밝힌 '신북방정책'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이 가속화될 경우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