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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북한/한반도

[한반도 공존의 길을 묻다] ①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 "北 약속 지킬 객관적 상황 만들어야"

1953년 7월 이후 가장 첨예한 안보 위기의 해로 점쳐졌던 2018년이 '평화의 첫 발'로 이름을 바꿨다. 5월에는 장성급 회담, 가을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이 예정돼 있다. 종전으로 인한 평화 체제 구축과 철도 유럽 여행이 입에 오르지만, 과거를 교훈 삼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메트로신문은 국방과 금융, 남북 경협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숨은 의미와 전망을 들여다 봤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29일 메트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신 전 본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니라, 이번 합의문의 본질을 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이 없어, 이전보다 후퇴했다"고 말했다./ 손진영 기자 son@



"핵 문제에 대한 본질이 후퇴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파격이란 말입니까?"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신 전 본부장은 지난해 한·미·일이 합의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 같은 원칙이 합의문에 없어, 김 위원장이 앞으로 북한 내부에 어떤 약속을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 정권은 대외적인 약속은 어겨온 반면, 내부를 향한 약속은 어기지 않아왔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만난 신 전 본부장은 북한이 수차례 어겨 온 비핵화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보여주는 모습 말고, 합의문 본질 보라"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보여준 모습은 시작부터 끝까지 파격적이었다. 이전 세대 실세 축출과 핵 개발 등으로 내치 기반을 갖추고, 그 과정에서 예상된 유엔 제재를 평창 올림픽 참가, 핵경제 병진노선 마무리와 경제건설 총력 결정,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북미대화로 풀어가는 큰 그림을 미리 그려놓은 것 아닌가.

"(큰 그림 이야기는)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파격적이라는 말인가. 형식만 파격이지, 합의 내용은 과거보다 훨씬 못하다. 이번 회담은 내용이 별것 없으니 형식으로 연출한 쇼다. 횟집 주인이 회에 자신없어 반찬만 많이 준 꼴이다. 1·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다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였다. 이번 회담 결과를 보라. 1항이 남북관계 개선, 2항이 군사적 긴장 완화다. 북한 비핵화 이야기는 3항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부문 끄트머리에 있다.

북한은 2016년 7월에 '조선반도 비핵화 5대 원칙'을 발표했다. ▲미국 핵무기 모두 공개 ▲한국내 핵무기 철폐와 검증 ▲미국의 핵 타격수단 비전개 ▲북한에 대한 핵 미사용 확약 ▲미군 철수 선포다. 2005년에는 9·19 공동성명으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핵확산방지조약)와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한다고 약속했다. 이미 남·북·미·중·러·일 6자가 모여 핵 프로그램 폐기를 약속했는데, 이번에 공동목표를 확인했다고 한다. 더 멀리 1992년에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했다. 핵 폐기 문제는 합의문에 가장 약하게 적어놓고, 보상은 한국이 화끈하게 주는 내용인데 왜들 감동 받는가."

-그동안 우리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목말라 있었다.

"분위기에 목 마르고 내용이 변하지 않으면 가장 결정적인 위험을 부른다. 1938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요구대로 주데텐란트 합병을 승인했다. 그는 이로써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했지만, 1년만에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지 않았나. 상대방의 평화 약속을 진짜로 만들기 위한 견인이 필요하다. 그 약속이 어긋날 경우를 대비한 경계와 준비는 필수다. 협정 자체에 환호하고 이를 평화로 착각하는 순간, 그 협정이 우리 목을 자르는 칼이 된다. 인류 역사에서 변치 않는 진리다. '김정은은 예외'라는 착각은 오늘 편히 잠들기 위해 내일의 악몽을 외면하는 가장 우둔한 태도다."

-청와대는 오늘(29일) 김 위원장이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하고, 한국을 포함한 외신들에게 현장을 보여준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회담 일주일 전 '우리는 핵무력을 환성하고 핵실험도 끝냈고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완성하는 등 북부 핵실험장은 역사적 사명을 다해 폐쇄한다'고 말했다. 1992년 제네바 협정이나 9·19 공동성명 당시에는 핵이 준비되지 않았으니 핵실험장 폐쇄가 곧 비핵화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핵을 갖고 있지 않나. 실험장은 필요가 없으니까 문 닫는 것이다. 북한은 외부에는 속임수를 벌이지만, 내부에는 거짓말 한 적 없다.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무력 적화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 없다. 북한 외무성의 최대 목표는 주한 미군 철수로 한국을 무력 적화 통일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70년 간 수없이 우리 집 담장을 넘은 도둑이 담장 허물어준다고 나처럼 착하게 살까."

신 전 본부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 기자들의 취재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기자의 질문이 '이설주 오느냐'였다. 외신들은 비핵화가 정말 되느냐고 물었다. 요즘은 청와대에 연예부 기자를 보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손진영 기자



◆완전 핵폐기 전 평화수역 논의…"순서가 잘못됐다"

-결국 지난해 한·미·일이 합의한 북한 비핵화 원칙은 이번 회담에 반영되지 않은 셈인가.

"그렇다. 당장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5대 원칙을 봐도 스스로 핵 폐기한다는 말은 없다. 미국의 비핵화만 요구한다. 보상을 미리 주면 누가 핵 무기를 없앨까."

-불과 두 달 전에 미국 국방성 펜타곤이 '핵 태세 검토 보고서'로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핵 배치 가능성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북한은 자신들이 핵 억지력을 다져온 것이 절대적으로 옳았음이 입증됐다고 반응했다. 이번 회담과 김 위원장의 약속으로 상황이 반전되었다고 볼 수는 없나.

"상황이 뒤집힌 것이 아니라,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동맹국이 핵 위협을 받을 때 확장억제를 제공한다. 핵 우산과 재래식 전력, MD(미사일 방어) 등 세 가지다. 한반도 전쟁 억제수단이 주한미군인데,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측은 전쟁을 일으키려는 쪽이다. 침략 의도가 없다면 북한이 미국을 적대시할 이유가 없다."

-합의문에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각기 책임과 역할을 다 한다'는 부분이 있다.

"너무 애매하다. 9·19를 실천하기로 했다고 하면 되지 않나. 북한은 모든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한국도 핵 배치 안하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 것. 이 공동성명 원칙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북미회담과 실무회의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고 하면 깔끔하잖나. 13년 전 합의 내용을 되새겨볼 줄 알아야 한다."

-일단 5월 중 장성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비무장 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를 논의할 것 같은데, 이전에 잘 안 된 경험이 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논의 시점부터 잘못됐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는지 살펴본 다음에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도 늦지 않다. 서해가 평화수역이 되면, 북한 어선이 인천 앞바다까지 올 것이다. 그런데 어민들은 북한군이 고용한다. 소속이 북한군이다. 배에 북한군이 한 명씩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북한이 정말 바뀌었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다."

-올해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까.

"당연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경제협력 전망은.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속했다. 북한이 비핵화 해야 대북제재를 푼다고. 그래야 경협을 하지.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평화협정 체제 만들어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면, 경제·사회적 교류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다. 북한의 목표가 적화통일인 상황에서 혜택만 받고 나머지는 해주기 싫을 것이다."

-최대 화두가 종전인데.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청문회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목표는 미국의 안전 확보'라고 했다. 나중에 국무부에서 기자들이 '그럼 한국이나 동맹국을 위협하는 핵은 신경 안쓰냐'고 하자 얼버무렸다.

트럼프가 김정은에 환영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북한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ICBM 시험 발사를 안 하고, 테러단체 등을 통한 핵무기 확산도 안 한다고 해서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핵은 장기적으로 놔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 폐기 관련 중요 목표 세 가지는 ▲북핵 폐기 범위가 '모든 핵'이고 ▲선 보상 금지하고 ▲주한미군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에 절대로 보상을 먼저 줘선 안 된다. 핵이 폐기된다 해도 북한에는 5000t의 생화학무기가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 핵이 아니라 북한의 남침 위협 때문에 존재한다. 이 견제장치가 사라지면, 한국은 북한의 사소한 도발에도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위험한 나라에 어느 외국인이 투자 하겠나."

신 전 본부장은 "한국전쟁 종전은 일본의 유엔 후방 기지 역할을 없애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확인하고 생화학무기 5000t과 재래식 무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할 경우, 우리가 훨씬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손진영 기자



◆"종전은 뒤집으면 그만…말 아닌 결과를 믿어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없다면, 올해 예정인 종전협정에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

"북한 핵 폐기가 확인 안 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제2의 월남이 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올해 안에 북핵이 폐기된다 해도 재래식·화학무기는 여전하다. 북한이 평화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객관적 상황이 마련되어야 한다. 수천 번 도발해 온 북한 말만 믿고 종전 선언을 먼저 하면, 우리가 훨씬 위험해진다. 정전 65주년이라는 의미에 매달려선 안 된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약속 이행 증거는 김 위원장이 내부에 하는 약속 내용에 달렸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핵물질 생산만 못하게 하면 됐다. 하지만 이미 생산된 핵무기는 어디에 은닉할 지 모른다. 미국도 안다. 이제 와 사찰하기엔 북한의 능력이 고도화됐다. 대안은 세 가지다. ▲NPT와 IAEA 복귀를 위한 자진신고 외 지역의 제한 없는 사찰 ▲사찰 과정에서 핵물질·계획 잔존 확인되면 다시 국제제재 시작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국제감시 조항 등이다. 객관적으로 북한이 약속을 깰 때 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뒤에 도와주면 된다."

-이번 합의가 이전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는데, 동북아 정세에 영향이 없다고 보나.

"정세는 바뀔 수 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간단하다. 지금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 16개국이 일본 정부 승인 없이 일본에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정전이 종전협정으로 바뀌면, 일본에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이 없어진다. 주일미군지위협정을 새로 맺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적화통일을 막는 일본의 역할도 사라진다. 일본은 보통국가가 될 기회다. 아베는 바로 북한과 수교를 맺을 것이다. 북한은 어차피 일본을 이길 수 없다. 일본은 은밀히 핵 무장 직전까지 갈 것이다.

지금 일본이 독도를 강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고 한·일이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두고 있어서다. 일본의 해공군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보다 강하다. 우리가 북한 하나 상대하기도 힘든데, 일본 중국과 싸워 이길 수 있나. 한국은 주변국 영토분쟁에서 사면초가에 들어선다. 지금 미국이 센카쿠를 지켜주기 때문에 중국이 시비를 걸지 못하고 있지 않나.

-군축과 관련해 사드(THAAD) 얘기도 나온다.

"모든 무기는 가치중립적이다. 그런데 사드는 날아오는 탄도탄만 부순다. 완전한 방어용이다. 중국이든 북한이든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면, 사드 아니라 무엇이 있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보다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이렇게 말 하겠다. '나는 당신을 믿지만, 온 세상이 당신을 믿게 하려면, 당신의 실천이 중요하다. 내 임기 중 미진한 부분은 다음 정부에 넘길테니 뭉치자. 우리 마음이 객관적인 결과로 결실을 맺도록 정치·대화 채널 만들고 상호 보완하며 확인하자.' 국민에게는 '나는 그의 진심을 믿지만, 역경이 있을 수 있으니 마지막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겠다. 나는 역사의 교훈을 안다. 그의 말이 진심이 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 할 것이다. 정직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태도는 위험하다. 요즘 밤에 잠을 못 잔다. 이런 걱정이 '보수 꼴통의 궤변'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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