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하는 목적은 여러 이유가 있다. 마음에 소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또는 본인의 수행을 위해, 그러나 여타 종교의 기도 법에 비해 유교 불교의 기도방법은 형식이나 마음가짐 면에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집에서 하는 기도라 할지라도 위의를 갖추기를 요구하고 있다. 편안한 옷이라 할지라도 단정히 예의를 갖추기를 바란다고나 할까? 이런 문제가 별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기도를 생활화하는데 은근 불편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더운 여름 날 끈 옷을 입고 있다가 바로 기도 모드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다시 옷을 갈아입게 되는데 은근 번거로운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옷도 편안하나 정갈히 입고 양치질과 세수를 기본으로 함은 물론 기도 전에 술과 고기를 삼가도록 하고 있다. 신앙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다. 기도는 마음을 중시하고 그 마음에서 펼쳐 나온 것이 당연히 형식도 지배하기에 기도에 앞서 몸과 마음의 준비를 중요시 한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해선 안 되겠지만 최소한도 인간 사이에도 예의가 있을진대 가피를 구하고자 하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이는 앞뒤가 바뀐 것이다. 남과 시비를 일으키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기도도 기도지만 기도에 앞서 몸과 마음과 행동거지도 준비 작업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달랑 하루나 이틀 사흘이 아니라 기도 전에 최소한 이렇게 이렇게 기도를 올리겠습니다..라며 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입재(入齋)라 하는데 집에서의 기도라도 기도를 시작하는 첫 날에 향후 며칠간 어떠어떠한 발원으로 기도를 올리겠다고 고하는 것을 말한다. 시의적으로 화급한 일이라면 최소 7일기도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 정말로 날이 부족할 때는 천배, 삼천 배를 올리며 기도발원을 하기도 한다. 보통은 기도의 주제에 따라 기도 일정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하나 기도발원을 할 때에는 가장 시급한 일 하나만 정해서 기도를 올리도록 한다. 온 가족의 소원성취를 일시에 발원하는 것은 욕심을 드러내는 일이다. 기도는 하심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도 희얀한 것은 내려놓은 가운데 간절히 원할 때 진심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원하는 바가 감응되어 성취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이를 하나님의 명을 받은 천사의 활동이라 얘기할 것이며 불교에서는 불보살님의 가피(加被)라 얘기한다. 기도준비를 하는 과정이 수고로운 것도 일종의 수행인 것이다. 그 가피를 받고 안 받고는 내게 달린 것이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