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분식회계'. 삼성 흠집 내기의 칼 끝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향했다. 회계장부의 '예술(분식회계)'을 동원해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얼굴 화장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과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문제 삼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이후 4년째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데 5조 원대 가치를 매긴 부문이다.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얻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손잡고 29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등 생산제품이 한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는 근거로 이 회사의 시장 가치가 5조원대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평가 한 것이다.
회계업계, 재계는 금감원의 '분식'판단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흑자전환은 분식이 아니라 회계상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시가액으로 변경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2일 회계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보는 관점에 따라 정상적일 수도 분식으로 내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외부 감사인들도 '적정'의견을 냈다.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오락가락인 점도 이를 잘 말해 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는 2015년, 2016년 반기보고서에 대한 감사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회사는 의약품을 개발할 때 10년이 넘는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장기적인 미래가치를 보고 가치를 평가하는게 당연한 것.
재계 한 관계자도 "바이오로직스 현재 시가총액은 그 회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비상장사에 대한 가격 평가에서 현금흐름 등은 공정한 가치가 없을때 회계적 평가일뿐, 가장 우선되는 것은 현재의 시장가치(주가)다"고 지적했다.
재무적 투자자가 된 것도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2015년 중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이 기업을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하고 이 회사 주식의 공정가치 금액을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미래의 위험 등에 대해선 울타리를 친 대신 이익을 누릴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지분을 투자한 미국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진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다. 3500억원만 내면 5조원대(KPMG삼정회계법인 2015년)기업의 반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이 콜옵션은 회계상 바이오로직스에 약 1조9335억원(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투자원금과 누적이자의 합계)의 파생상품 부채로 기록돼 있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지난 4월 24일 2018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콜옵션 행사 의사를 직접 밝힌 바 있다.
상장 특혜 의혹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삼성은 나스닥 상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국민적 열망이 컸다. 이를 유치하기 위해 최경수 전 이사장 등 한국거래소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혜의혹은 '한국판 테슬라를 키우겠다'는 기술 특례취지도 무시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테슬라는 2010년 적자(1억5000만 달러) 상태에서 나스닥(NASDAQ)에 상장해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경우 신규 상장 기업의 평균 총자산수익률(ROA)이 -10.6%에 달하는 등 적자 기업도 어렵지 않게 상장하고 있다.
KB증권 이지수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흑자전환해 상장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2016년에 도입된 성장유망기업 요건 (미래 성장성이 있는 적자기업도 상장 가능)에 적합해 상장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는 미실현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고려해 회계 기준을 변경한 것은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서는 12월 내로 (빠르면 6월 내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콜옵션 행사에 따라 회계 처리 문제는 다소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