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후속 외교전을 이번주 더욱 본격화한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주변국 정상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가운데 오는 9일엔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일·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다.
이달 22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도 계획하고 있다.
7일 청와대에 따르면 9일 예정된 한·일·중 정상회담에선 3국간 실질 협력 증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 특히 이와 별도로 3국 정상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특별성명도 채택할 전망이다.
중국에선 시진핑 국가 주석 대신 리커창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3국이 채택할 특별성명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일본과 중국이 지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다만 성명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표현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 확인했다. 앞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초안을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 회람도 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성명은 우리가 요청한 것으로 판문점선언을 지지해달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특별성명에 판문점선언 지지 내용을 담으면서도 비핵화의 핵심 사안인 CVID 표현을 넣지 않기로 한 것은 북미 양자가 다룰 비핵화 사안에 제3국이 개입할 경우 북미 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일·중 정상회담은 7번째로 정치·외교적 사안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체육 등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인적·문화·스포츠 교류 확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공동대응 ▲3국간 LNG 도입 관련 협력 ▲캠퍼스 아시아 사업 등 교류 증진 ▲휴대전화 로밍요금 인하 협력 ▲2020년 도쿄올림픽·2022년 북경올림픽 등 교류 활성화 ▲동아시아 지역 협력 강화 방안 ▲개발·사이버안보·테러 등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6년 반만에 일본을 찾는 가운데 짧은 방일 기간 동안 한·일·중 정상회담과 함께 한일정상회담도 별도로 갖는다. 이번 회담까지 포함하면 문 대통령은 취임 1년 동안 아베 총리와는 총 6차례 회담을 갖게 된다. 그동안 전화로도 12차례 통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문 대통령의 방일로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이번 방일은 한일 관계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이뤄지는 만큼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2일엔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이는 5월 말 또는 6월 초 있을 북미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으로 이미 김 위원장을 만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훈수'를 두기 위해서다.
형식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자마자 이에 앞서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했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이 될 경우 '분단의 상징'인 역사적 장소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정상이 만날 그림까지 그리기도 했었다.
몽골, 싱가포르 등으로 관측되던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싱가포르로 압축되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미국과 북한이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주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미회담 시기와 장소는 미국과 북한이 결정하면 우리 정부는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 및 날짜와 관련해서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 우리는 날짜를 갖고 있다.(회담 결과와 관련해)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했다.
이처럼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날짜가 최종적으로 확정, 발표돼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시곗바늘이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27일 역사적 만남을 가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울 청와대와 평양 국무위원회에 각각 '핫라인'을 개통해 놓은 뒤 정상간 통화는 미뤄놓고 있는 상태다.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핫라인을 통해 보다 진전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