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낮은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선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로 취임한지 1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1주년 전날인 9일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일찍 일본 순방길에 오른다. 3국 정상회담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그리고 오찬 등을 마친 후에는 이날 늦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해 숨가쁘게 달려온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을 보여주듯 단 하루만에 일본 순방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주년인 10일 당일에도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한 계획을 챙기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0일에도 여느 때와 같이 대통령은 빼곡히 쌓인 서류와 씨름할 것 같다. 참모들은 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고 추운 겨울을 촛불로 녹였던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며 "인수위 없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두 노고가 많았고, 취임 1년을 맞아 국무위원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초심을 지켜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돌아보면 가장 큰 성과이자 극적인 반전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다.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1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을 '평화 대통령'으로 칭했다. 취임 후 계속됐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손을 내밀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냈고, 급기야 김 위원장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역사적 만남을 갖으면서 남북 관계의 대전환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뒤이어 이어질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란 평가에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중국 베이징대 김동길 한반도평화연구센터 교수는 "지난해만 해도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돌 정도로 한반도 정세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불과 1년 만에 남북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핵심으로 하는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는 것은 외교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공적"이라고 극찬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의 역학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라며 "예전 정권에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한미관계가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도 한미관계가 오히려 돈독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같은 노력은 국민들의 높은 지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83%(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였다. 이는 취임 한 달째였던 지난해 6월 첫째 주에 기록한 최고치(84%)보다 1%p 낮은 수치지만 임기를 5분의1 소화한 시점에선 상당히 높은 지지율이다.
하지만 경제 부문에선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률이 3%대로 회복되고는 있지만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실업자는 약 103만 명,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현재 기준으로 측정한 2000년 이래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과 3월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10만 명 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