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습니다."
'드루킹 사건'을 시작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네이버가 뉴스 및 댓글의 개선 방향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역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같이 3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모두 동일한 뉴스를 보고, 동일한 실시간급상승 검색어를 보는 구조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힘들어졌다"며 "네이버는 뉴스 편집의 구조를 깨고 공간과 기술만 지원하는 역할로 물러나며 본연의 모습인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그 답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3분기 내 모바일 첫 화면에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를 첫 화면에서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화면을 재편한다. 몇 개의 뉴스와 검색어에 집중됐던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5개의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가 제공되는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네이버는 3분기 내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검을 제외한다. /구서윤 기자
현재는 모바일 첫화면에 뉴스와 실검 순위가 노출된다. 실검 서비스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나타나는 구조로 바뀔 예정이다.
네이버 편집자가 기사 배열도 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직접 뉴스를 선정해 편집하는 '뉴스판'을 신설해 네이버 모바일 두 번째 화면에 배치한다. 해당 광고 이익과 독자 데이터까지 모두 언론사에 제공해 네이버는 공간과 기술만 지원하는 역할만 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에 따라 차별 적용되는 '뉴스피드판'도 추가된다. 인공지능 추천 기술인 '에어스(AiRS)'가 개인의 뉴스 성향을 학습하고 예측해 관심 뉴스를 추천해준다. 개인 추천 뉴스에 적용된 알고리즘은 전면 적용하기 전에 외부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구글식 아웃링크 도입도 적극 추진한다. 다만 한 대표는 "전재료를 바탕으로 한 언론사와의 기존 비즈니스 계약,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언론사들의 엇갈리는 의견으로 인해 일괄적인 아웃링크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언론사와 개별 협의해 적극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구글식 아웃링크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사용자 보호를 위한 글로벌 수준의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 나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 손진영기자 son@
여론 조작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매크로 등을 막기 위해 댓글 정책과 시스템도 개편한다.
정치, 사회 섹션 등의 뉴스 댓글 허용 여부, 댓글 정렬 방식 등은 해당 언론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로 바뀐다.
계정(ID)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소셜 계정을 통한 댓글 작성이 제한된다. 소셜 계정은 휴대전화 번호 등의 인증이 없어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매크로 공격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 하나의 계정을 기준으로, 기사당 댓글 작성 수는 하루 3개, 공감·비공감 참여 수는 하루 50개로 제한된 댓글 제한 정책을 동일한 전화번호나 개인정보 기반으로 가입한 3개 계정에 통합 적용한다.
매크로 공격에 대해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대응한다.
특히 선거 기간 동안에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수준에 따라 캡차(CAPTCHA)를 통해 매크로인지 인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하고 일정 시간 동안 특정 IP, 계정의 댓글 쓰기·공감 활동을 제한하며 타인이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에 대해선 계정보호 조치 후 추가적인 인증을 요구한다.
추적 가능한 매크로나 댓글 조작 단체로 의심되는 정황 발견 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다는 계획이다.
또 네이버는 선거 기간 동안 댓글 영역에서의 매크로 모니터링 및 대응 결과를 공개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를 고려해 단기적인 대응 방안도 적극 시행한다. 선거 기간까지 정치·선거기사 댓글은 최신순으로만 정렬하고, 사용자가 댓글 영역을 클릭했을 때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