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로 시작한 전통시장 화재공제가 상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화재가 222건이고 이에 따른 재산피해만 520억원 규모에 달하는 등 전통시장이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상부상조 성격의 화재공제조차 가입이 미진한 모습이다.
특히 화재공제가 안착되기 전에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당초 계획했던 수 십억원 규모의 예비비는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해 확보도 하지 못한 상태다.
2005년 당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민간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만 96억원 정도였던 점을 상기할 때 가입자가 늘고, 공제부금이 쌓여야 하는 초기 수 년간은 불안한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화재공제가 만에 하나 초대형 화재가 발생한다면 '깡통 계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일 이찬열 의원실과 중기부, 소진공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공제는 지금까지 가입 대상인 약 20만개 점포 가운데 4.35% 수준인 9100여 곳만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5개월가량 모인 공제부금도 7억5000만원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도입된 화재공제는 1년 기준으로 적게는 6만6000원부터 많게는 10만2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또 건물구조급수 등급을 4등급에서 2등급으로 단순화해 민간보험사가 가입을 꺼리는 전통시장 점포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10만2000원의 보험료를 내도 향후 사고 발생시 받을 수 있는 공제금(자가 점포, B급 건물 기준)은 건물 1000만원, 동산 1000만원 등 총 2000만원이 전부다.
실제 상인들이 입은 피해액보다 공제금이 터무니 없이 작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일반 보험사의 화재보험 상품 가입도 불가능할 경우 화재공제만 쳐다보기엔 부족한 금액일 수 밖에 없다.
상인들과 상품 상담을 통해 가입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공제상담사도 첫 해인 지난해엔 17명이 고작이었다.
다만 소진공은 최근 추가 채용을 통해 상담사 인력을 31명까지 늘렸다. 여전히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화재공제가 지금은 1년씩 단기계약만 가능해 장기고객 확보도 중요한 숙제다.
소진공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장기계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상인들이 장기간 화재공제에 가입, 안정적으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화재뿐 아니라 식중독 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공제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화재공제가 안착하기 전까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예비비 마련도 큰 숙제다. 현재까지 모인 7억5000만원의 공제금은 화재 사건 하나로 순식간에 바닥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상호부조하는 공제 성격에 맞지 않아 정부가 지원할 수 없다는 예산당국의 강경한 입장이 문제다. 이는 지난해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 중기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이찬열 의원은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107건, 부주의가 52건 등으로 노후화, 사용자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라면서 "특히 화재가 발생할 경우엔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민영보험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실은 지금의 화재공제가 위로금 성격에 머물고 있고 상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여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 상인들이 20~30% 정도의 보험료만 내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성 보험 도입 모색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