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투자' '횡령' 커피업계 1세대들의 몰락
국내 토종 커피업계 1세대들이 몰락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따른 과당경쟁, 무리한 투자, 횡령 등으로 내리막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미다스의 손' '커피왕'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13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회사 대표의 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탐앤탐스는 국내 대표 1세대 토종 커피 브랜드로 꼽힌다. 2001년 시작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탐앤탐스는 국내외에 400여개 가맹 매장을 두고 있다.
검찰은 김도균 대표가 경영 과정에서 회사 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챙긴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탐앤탐스는 가맹점에 빵 반죽을 공급하는 과정에 김 대표가 경영권을 쥔 또 다른 업체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회사 주변의 자금 흐름을 파악한 뒤 횡령 혐의가 드러날 경우 김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국내 커피시장을 선도하고, 스타벅스를 위협하던 1세대 토종 커피 브랜드들도 생존 위기에 몰렸다.
'카페베네' 창업주인 김선권 전 대표는 8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김 전 대표가 2008년 창업한 카페베네는 사업 시작 5년 만에 매장을 1000여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토종 커피전문점의 신화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경쟁업체 증가에 따른 실적부진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베이커리 마인츠돔, 드러그스토어인 디셈버24 등을 열었으나 경영난이 심화됐다. 지난 2014년 부채는 무려 약 1500억원에 달했고, 이후 사모펀드 K3파트너스, 한류벤처스에 인수됐다. 최승우 대표가 취임하고 550억원의 신규투자를 결정했지만 경영난에서는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故) 강훈 전 대표도 1세대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 공채로 입사했다. 1997년 스타벅스커피 태스크포스(TF)로 활동했다. 이후 회사를 나와 김도균 대표와 1998년 국내 최초의 카페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를 창업했다. 2003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현 CJ E&M)에 할리스커피를 매각한 뒤, 김선권 전 대표와 카페베네의 신화를 이루는데 크게 일조했다. 카페베네에 있을 당시 싸이더스 아이에이치큐와 파트너 계약을 통해 소속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대중들에게 카페베네를 알렸다. 2010년 KH컴퍼니를 세워 망고식스를 론칭하고 커피식스·쥬스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전문점과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가맹점 수익이 떨어지고, 브랜드 차별화에도 실패하면서 상황은 어려워졌다.
1세대 토종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대기업 커피전문점들은 성장을 거듭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 1조2634억원, 영업이익 1144억원을 기록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전국에 970여개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확고한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의 자본력 싸움에서도 밀렸고, 브랜드 차별화에도 실패했다"며 "또한 체계화되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확장하면서 문제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