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앞으로도 한국 증시의 '제1선발' 자리를 계속 지킬까. 영업 성적만 보면 이변은 없어 보인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에 16조원(15조7137억원)에 근접 할 것으로 본다.
증시를 넘어 한국경제의 제1 선발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도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경제전망'에서 "한국과 글로벌 수출 경기에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중반께 누적 4개 분기 기준으로 1인당 GDP가 역사상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이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9번째, 아시아에선 일본·호주에 이어 3번째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끌어가고 있는데 한국은 GDP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으로 이런 추세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라며 "한국은 4차산업혁명, 디지털혁명에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조심스럽게 '초대형주(Mega Cap)의 역설'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 증시 맏형은 기본…韓경제 '1 선발'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매출액의 15%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증가율은 2.19%로 반토막 난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23.55%에 달한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25%선을 넘나든다.
주요국 중 1위다. 초대형주(Mega Cap)의 변동에 따른 투자 민감도 역시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노르웨이의 스타토일(Statoil), 대만의 TSMC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높은 시장 영향력은 주식시장의 버팀목이 되기도 하지만 종종 '풍선효과'를 유발한다. 초대형주의 명과 암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4%클럽(Four Percent Club)'의 경험칙이 있다면 국내에는 '삼성전자 24%의 허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4% 클럽'이란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시장전체 내)이 4%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시장을 대표하는 초대형주의 탄생을 의미한다. 1990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지이(GE), 시스코시스템즈, 엑손모빌, 애플 등이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4% 클럽 기업들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S&P500 내 시가총액 비중이 4%~5%를 넘어선 이후 변곡점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밸류에이션 레벨은 제각각이었지만 시장 내의 위상(시가총액 비중)은 일정한 허들이 존재했던 셈이다. '4% 클럽'의 경험칙이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시기는 다섯 차례 정도다.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9·11 테러, 2003년 카드 사태, 2004년 하반기 중국발 긴축 충격,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등이다.
국민주(액면분할)로 다시 태어난 삼성전자의 상승 여력은 얼마나 될까.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던 주주환원, 지배구조, 지정학적 요인 등은 하반기부터 빠르게 해소되며 향후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부각될 전망이다"면서 목표주가를 6만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전사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글로벌 관점에선 비메모리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면서 "파운드리 사업부가 두각을 나타낸다면 이는 주가 센티먼트가 될 것이다"면서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제시했다.
◆ 삼성전자='메모리칩의 제왕'
'시가총액 비중 고점=주가 고점'은 아니다.
미국의 기업들도 '4%클럽' 달성 후 초대형주로의 쏠림이 완화되는 현상을 보였지만 주가가 크게 뒷걸음 하지는 않았다. 삼성의 영원한 라이벌 애플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이유는 있다. 바로 반도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017년 4분기 -4%, 2018년 1분기 -3%로 역성장 중이다. 올해 스마트폰의 연간 성장률도 -1%로 전망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록호 연구원은 "D램과 낸드의 모바일향 출하 비중이 40%에 달해 스마트폰의 출하량 부진은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 부담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당 메모리 반도체의 탑재량이 증가하고 있어 이를 상쇄할 것이다. 듀얼 및 센싱카메라 채택률 확대와 인공지능(AI) 칩 탑재로 인해 대당 D램 탑재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194억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늘어나며 인텔(158억3200만 달러)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 해 영업이익 70조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투자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2.8% 늘어난 65조8762억원으로 추정된다. IBK투자증권은 69조8860억원을 예상했다. 지난해 53조원 규모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고 실적을 쓴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메모리의 엄청난 실적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년 연속으로 애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