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이자 마젤란펀드를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로 키워낸 '월가의 영웅'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1977년 마젤란펀드의 운용을 처음으로 맡은 그는 1982년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시장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크라이슬러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린치를 "미쳤다"고 몰아 세웠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과 같이 확실한 명제는 바로 미국인이 자동차를 사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자동자그룹주에 대한 생각을 "피터 린치에 묻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당장 국내 시선은 우려 그 자체다. 실적 회복이 더뎌서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매출 22조4366억원, 영업이익 68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 45.5% 줄었다. 영업이익 1조원이 깨진 것은 물론 증권가 전망치(9718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개편 의지와 실적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투자 할 만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정 부회장은 베이징모터쇼에서 실적 회복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현대차 (중국 시장) 판매 목표는 90만대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사드 이슈 이후 중국 시장 전략에 대해 정 부회장은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고 올해 신차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싼타페 신화 해외에서도 나타날까
현대차그룹이 기대 만큼 달려 줄까.
시장에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우려했던 것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있다. 소형 SUV '코나'와 '제네시스 G70'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신형 싼타페가 하반기 실적을 이끌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여전히 만만찮다. 중국시장의 회복세가 아직은 더딘 데다 미·중 무역 갈등이 좀처름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의 1분기 실적은 원화 강세와 부분파업 등의 영향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2분기에도 환율의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3분기부터 신차 투입을 기반으로 중국·미국 판매가 회복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내 기저가 크게 낮아지고 산타페와 K3 등 신차가 투입되면서 2분기 출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4% 증가할 것으로 봤다. 상반기 전체로는 1%, 2% 증가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낮은 기저와 순차적인 신차투입에 힘입어 하반기 출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 1% 늘 것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17만원을 유지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내수시장에서 싼타페와 그랜저의 쌍끌이 판매가 실적 회복을 이끌고, 중장기적으로는 SUV라인업 확대와 신형엔진 출시로 반등이 예상된다"며 투자의견(매수)과 목표주가(18만5000원)를 유지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준성 연구원은 "신차효과로 3~4월 내수 및 중국 시장에서 보인 판매 호조가 연중 지속될 것"이라며 "2017년 중국 관련 정치적 이슈, 엔진 리콜 등의 악재도 해소돼 현대차 생산 가동률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인센티브 또한 재고 감소와 신차 출시를 통해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시장은 싼타페의 현지생산을 시작으로 6~7월 사이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걱정은 노조의 파업이다. 김진우 연구원은 "파업이나 원화 강세 등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국내 공장 가동률이 90%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동일한 파업에도 고정비 부담이 더욱 컸다"고 분석했다.
기아자동차도 장밋빛 전망이 하나 둘 나온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기아차의 미국 재고는 1월 5.1개월치에서 4월 말 4.2개월치로 감소했고 회사 측은 6월 말까지 3개월치 도달이 가능하다"며 "재고 감소는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만6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임 연구원은 "미국 재고가 1개월치 줄때 잉여현금흐름(FCF)은 1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아차가 미국 재고 축소와 멕시코 및 중국 공장의 가동률 향상으로 실적 개선 속도가 현대차보다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분기 매출 13조60억원, 영업이익 3020억원에 대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고, 안도감을 준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 지배구조 개편은 해결과제
우려되는 부문도 있다. 엘리엇의 딴지 걸기에 발목이 잡힌 지배구조 개편 문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 추진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순환출자구조,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 해소는 지연되게 됐다"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 재검토 발표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준성 연구원은 "향후 우호적 개편안 재추진에 따른 지분가치 개선 기대감을 갖게 한다. 또한 지배구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자 이탈 오버행(잠재적 매물) 이슈로 주목 받지 못했던 펀더멘털 개선 (3~4월 두 달 연속 가동률 개선 및 인센티브 하락 실현, 이 같은 판매 방향성 지속전망)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재평가 요소가 발생했다"며 "단기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이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 전략 체계화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재평가가 전망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