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잘 된다면 북한에 가는 것은 문제가 안될 것이다. 가서 봐야 무슨 판단이라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2016년 2월 전면 폐쇄된 후 개성공단 기업들이 그토록 바라던 '개성가는 길'이 조만간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남과 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개성공단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담판'을 벌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이후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도울 장본인으로 한국 등을 지목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측의 노동력과 토지가 결합해 한 때 125개 남쪽 기업과 5만 명이 훌쩍 넘는 북쪽 근로자들이 일하며 남북경협의 상징 역할을 했던 개성공단이 다시 '주연'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에 설치하기로 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준비를 위한 사전점검단의 방북 일정과 관련해 4일 "사전점검단이 빠른 시일 내에 현장에 가서 점검하고 필요한 공사나 개·보수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해서 아마 임시 공동연락사무소가 운용되도록 그렇게 남북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년 4개월 동안 텅 비어있던 개성공단에 남북의 공동연락사무소가 들어선다는 것은 통신, 전기가 연결되고 사람이 오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개성공단내 어느 곳에 사무소를 꾸릴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남북고위급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무소 위치에 대해 "현장을 가봐야 알 것 같다. 거기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몇 개 안 되는데, 어떤 시설은 꽤 오래 사용하지 않은 시설들도 있다"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의견 접근을 봤다"고 전했다.
사전점검단은 15일 이전에 방북해 개성공단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들은 2009년 말 완공된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와 2005∼2010년 운영됐던 4층짜리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건물 등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폐쇄 직전까지 운영됐던 기업들의 공장 내외부 상황도 어느 정도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 가동의 핏줄 역할을 할 전기 공급 문제도 당장 풀어야 할 과제다.
2년여 전 남측 기업들이 전면 철수하기 전까지 개성공단에서 필요한 전기는 경기도 문산변전소에서 공단 내 평화변전소로 송전하고 이를 다시 끌어쓰는 방식으로 이용했다.
백 대변인은 연락사무소 전력공급 방안에 대해 "사전점검단이 북측 지역에 가서 현장 상황이 어떤지, 어떤 시설들을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이 점검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장 연락사무소에서 필요한 전기를 기존과 같이 끌어다 쓸 경우 개성공단 폐쇄 후 처음으로 남측의 전기 공급이 재개된다는 상징적 의미도 갖게 된다.
이처럼 상황이 호전되면서 개성공단에 공장을 두고 온 기업인들의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 TF 유창근 단장은 "방북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자연스럽게 풀리고, 이후 나오게 될 정부 지침에 따라 행동하면 될 것 같다"면서 "실제 방북을 해 개성 현지에 있는 공장이나 내부의 시설 등을 둘러본 후에야 (향후 공장 재개를 위한)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재개될 정도로 남북 관계가 호전될 경우 기존의 개성공단 운영 방식을 훌쩍 뛰어넘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펴낸 공저 '선을 넘어 생각하다'에서 "개성을 경제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면서 남북 정치 체제에서 독립성을 갖는 일종의 '통일특구' 또는 '통일특별자치구역'으로 발돋움시키는 방안이 있다"면서 "아울러 개성을 '비핵평화지자체'로 선언해 UN 관련 기구를 적극 유치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