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정상이 필리핀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의 발전소, LNG 터미널, 공항 등 인프라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우리 정부는 한국에 있는 필리핀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1949년 수교한 한국과 필리핀은 내년에 '수교 90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4일 청와대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관계가 '전통 우방국'임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아세안 국가 정상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간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 및 EAS(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에 이어 2번째다.
두 정상은 이날 소규모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을 잇따라 갖고 인프라, 에너지, 농업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필리핀에 기술을 공유해 자동차, 금형기술 등 제조업 분야의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 ▲전자정부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앞서 필리핀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10억 달러로 확대키로 결정한 바 있다.
두 정상은 이를 환영하고 교통·인프라, 에너지, 수자원 관리, ICT·스마트와 같은 4대 중점협력 분야에서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아세안과의 연계를 더욱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양국은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통, 경제통상, 재생에너지, 과학기술, 인프라 분야 협력에 대한 5건의 협력 약정(MOU)도 체결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의 평화적인 상황 전개에 대해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노력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계속해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필리핀 정부가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는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또 두 정상은 양국 뿐만 아니라 인류 공통 과제인 기후변화, 환경, 해양안보, 사이버안보 등 지역 및 글로벌 이슈들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한·필리핀 양국은 상호 방문객이 200만 명을 넘어선 바 있다.
이에 따라 수교 70주년인 내년을 '한·필 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인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양국 치안당국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감사를 전하고, 필리핀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도 약속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엔 두 정상을 포함해 양국의 정계, 재계, 학계, 문화계 인사 등 약 70명이 참석하는 공식만찬도 가졌다.
만찬 공연에선 '양국 간의 우정'를 주제로 양국 합작 재즈 연주와 한국의 밀양아리랑, 필리핀의 유명곡 '당신(Ikaw)' 등이 연주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참전하며 우방국임을 과시한 필리핀은 인구가 1억630만명에 달하며 면적은 한반도의 1.3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와는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687억 달러, 수입 961억 달러 등 총 1648억 달러의 교역액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