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친환경'과 '대북경협'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멘트공장을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먼지와 온실가스 등 환경 문제는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숙제였다. 또 경제성 등 시멘트 제품 속성상 해외 수출이 쉽지 않아 시장이 제한적인 탓에 돌파구 마련도 절실했다.
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친환경 노력과 더불어 남북 화해 분위기까지 빠르게 조성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시멘트업계의 체증이 뻥 뚫리는 분위기다.
4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연간 전력비만 1000억원 가량이 드는 강원도 동해공장에 ESS(에너지 저장장치)와 폐열발전설비를 각각 구축했다.
ESS는 전력단가가 낮은 밤 시간대 등에 전기를 충전한 뒤 전력단가가 높은 시간대에 방전해 공장을 가동, 전력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비로 꼽힌다. 시멘트는 생산설비의 핵심인 킬른(Kiln·소성로)에서 클링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1450℃에 달하는 고온의 열을 사용한다. 폐열발전설비란 소성공정을 거친 후 평균 350℃까지 떨어진 열원 대부분을 대기에 배출하지 않고 이를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를 말한다.
공장 가동을 위해 보다 저렴한 전기를 쓰고,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두 가지 시스템을 동해공장에 설치한 것이다.
쌍용양회 동해공장 추대영 공장장은 "폐열발전설비는 6월 현재 전체 공정률의 80%를 넘어섰고, 7월 중순 첫 시험가동에 이어 8월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면 ESS와 함께 공장에서 쓰는 전체 전력비의 30% 가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제조원가 절감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등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1조333억원 매출로 업계 2위인 쌍용양회는 43㎿h(연간 2억8100만㎾h) 규모의 폐열발전설비를 위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22㎿h 규모의 ESS설비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쌍용양회 외에 성신양회(29.5㎿h), 한일시멘트(25㎿h), 삼표시멘트(19.7㎿h) 등도 폐열발전을 갖추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2015년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후 관련 거래금액은 5월 말 현재 톤(t)당 2만6000원까지 육박하며 시멘트업계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시멘트 생산량 기준 1t당 1000원씩 부과하려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500억원의 세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대기배출 부과금 신설 관련 입법도 예고되는 등 원가절감을 통한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생존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훈풍이 불어오고 있는 남북 관계가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시멘트업계 내부에선 바라볼 곳은 '북한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었다. 국내 건설시장의 경우 주택, SOC 등이 포화 상태라 먹거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시멘트회사들이 외국계나 사모펀드(PEF)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며 몇 년이 멀다하고 주인이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시멘트 상장사들 주가도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27일을 전후해 최근까지 급등했다.
4월2일 대비 6월1일 현재 주가는 현대시멘트가 1만4550원에서 7만6800원으로 5배 가량 급등한 가운데 성신양회(5490→1만5650원), 쌍용양회(2만3700→3만3000원), 삼표시멘트(3410→6560원) 등이 모두 가파르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