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연구원 인근 카페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의 인프라 사업의 첫 관문은 '투명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이범종 기자
한국인에게 '휴전선 없는 한반도'는 가상현실(VR) 속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는 현실과 상상이 만난 '증강현실(AR)로 다가왔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전문가들을 만나 증강현실로 다가온 한반도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번에는 북한의 수자원 활용 현황과 해외 사례, 기술적인 과제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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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수자원 활용의 첫 단추가 '데이터의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수력발전은 물론, 관개시설 정보도 투명해야 북한 내 수자원 활용에 대한 남북 간 협의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인프라 역시 특정 시범지구에 함께 구축해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 내 수력발전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부분은 유역면적(비 내릴 때 물이 모여드는 면적)이 크고, 남북이 바로 접한 임진강과 북한강이 유력해 보인다. 남북 모두 이익이 되는 수자원 개발 전망은.
"우선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대비 전력 등을 알아야 하는데, 문제는 명확한 현황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일부 데이터도 탈북자의 증언과 다른 부분이 있다. 그 내용이 수력발전이든 관개시설이든 증거가 파편적이고 데이터가 명확지 않다."
-북한의 데이터 제공 가능성은.
"북한이 국가기간산업 정보를 쉽게 내놓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전기(수력발전)도 철도도 중국 설비로 설계가 되어 버리면, 나중에 통일이나 본격적인 교류에 추가 비용이 든다. 시스템 의존성이 높은 국가기간 사업에서 남북 설비와 기술이 통일 되어야 한다. 만일 남북이 관련 논의를 하게 된다면 그 내용이 첫 단계가 될 것이다. 물 관련 예산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틀을 잘 짜야 한다. 넘을 산이 많다."
최 연구위원은 "경협과 민생 사업을 지역별로 따로 펴지 말고, 하나의 시범지역에서 각종 사업을 묶어 시너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범종 기자
-북한은 상수도와 관개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5년 여름 '100년만의 가뭄'을 내세워 UN에 수인성 전염병 예방 의약품과 수질 정화제를 요청했다. 상수도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북한은 평안남도 지역 관개망을 자연수로식으로 수백㎞에 걸쳐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이 잘 뻗지 못해 중간에 펌프를 만들었다. 도시의 경우, 상수도와 오수관을 따로 설계했지만 경제난 이후 관리가 안돼 망가졌을 수 있다. 결국 에너지 문제다. 상하수도나 관개망은 자금 소요가 엄청나다. 북한이 해결하고, 우리는 돕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수질오염 문제도 급선무다. 압록강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 산업 폐수와 생활오수가 뒤섞이고 있다. 북한 인프라 개발에 참여할 경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미세먼지처럼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이 크지 않으니, 지방정부 간 협의로 오히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수력발전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민생과 밀접한 상하수도 먼저 접근해야 할 듯하다. 우리가 전면적인 사업을 펴기는 힘들다. 북한에서 일부 지역 문제를 파악하고, 남북한 기술과 인적교류로 시범사업을 펴야 한다. 다만 관광은 금강산, 수자원은 평양 이런 식은 곤란하다. 한 군데에서 경협과 민생사업을 함께 펴 시너지를 봐야한다. 북한에 상하수도 외에 다양한 사업을 패키지로 펼치는 쪽으로 제안하면, 추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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