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디지털뱅크 경쟁이 연이은 '챗봇(chat-bot)' 서비스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24시간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디지털뱅크의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개별 은행마다 수 백 명의 인원을 투입해야 하는 콜센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챗봇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아직 떨어진다. 그러나 데이터가 누적되고 학습이 거듭될수록 성능이 향상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챗봇의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챗봇 서비스로는 우리은행의 '위비봇'을 비롯해 KEB하나은행의 '핀고', NH농협은행 '금융봇', 신한은행 '쏠메이트' 등이 나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이달 중 '상담챗봇'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케이뱅크는 음성으로 답변이 가능한 '콜봇'을 개발 중이다.
챗봇이란 '수다를 떨다(chat)'와 '로봇(robot)'의 합성어다. 사람 대신 문자나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고객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고, 24시간 응대가 가능한 측면에서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은행 입장에선 모바일 뱅킹 등 24시간 가능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는 것도 챗봇 서비스를 적극 도입케 하는 요인이다. 지점을 없앤 인터넷전문은행마저도 콜센터에는 수 백 명의 인력을 채용하며 공을 들여야 했다. SNS, 모바일 메신저 등에 익숙한 고객 역시 챗봇 서비스는 기존 콜센터 안내보다 편하게 느껴진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자체 금융플랫폼에서 챗봇 상담이 가능하며,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챗봇을 이용할 수 있다.
챗봇은 지금 수준에서는 단순한 질문, 절차 등을 제외한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은 부족하다. 그러나 단순 안내만 제대로 처리해도 콜센터 업무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이상희 카카오뱅크 태스크포스(TF)장은 "작년 7월 영업시작 이후 쌓인 고객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객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안내성 문의가 전체 상담의 80%를 차지했다"며 "상담챗봇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챗봇의 상담 처리수준을 감안해 상담직원이 활용토록 하고 있다. '톡상담'을 할때 고객 문의에 대해 챗봇이 추천 답변 몇 가지를 제시하고, 상담직원이 이 중 최적의 답변을 선택해 내보내거나 직접 입력으로 부연설명하는 방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단순문답형 챗봇 엔진을 자연어 처리·분석,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상황인지형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해 적용할 예정"이라며 "이후 강화된 상황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음성상담까지 가능케 하는 '콜봇'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노용관 KDB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24시간 고객응대에 따른 비용을 챗봇 도입으로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고객응대와 같은 단순업무 뿐만 아니라 로보어드바이저와 결합해 자산관리 등 핵심업무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인력운용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하나은행의 핀고는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상품까지 비교해서 안내해주며, 향후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으로 '상담챗봇'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올 하반기에 AI기반 상담서비스인 '챗봇서비스'를 도입해 진정한 대화형뱅킹을 구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