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손쉬운 가계·부동산담보 대출에 치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자율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운만큼 생산적 금융의 확대를 위해 자본규제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의견이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자산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국내은행의 연평균 총자산 성장률은 3.6%로 연평균 명목 GDP성장률 5.1%를 밑돌았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2007년 11.7%, 2008년 21.8%로 중소기업대출 확대전략 등으로 명목 GDP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총자산은 2363조원으로 대출채권과 유가증권이 각각 74.6%, 15.9%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채권 비중은 금융위기 당시 67.7%에서 원화대출금을 중심으로 지속이 늘었다. 반면 유가증권 비중은 자본규제 강화에 따른 주식보유 축소와 기업 신용위험 상승에 따른 회사채 보유 감소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국내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기준 1526조2000억원이다.
기업대출이 54.2%, 가계대출이 43.8%로 기업대출의 비중이 아직 높지만 2008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기업대출 증가율 5.4%를 앞서는 상황이다.
가계대출을 부추긴 것은 수요와 공급 모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부동산규제 완화가 가계대출 수요를 촉진했지만 대기업 대출수요는 업황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공급적인 측면에서도 위험조정수익률이 기업대출보다 높은 가계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이후로는 가계대출 이자수익률이 기업대출을 웃돈데다 기업대출은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대손률도 높았다.
담보·보증 위주의 보수적 여신관행이 심화되면서 개인사업자대출 역시 부동산임대업으로 편중됐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2013년 9.8 ▲2014년 9.9% ▲2015년 14.2% ▲2016년 9.1% ▲2017년 10.6% 등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임대업 비중 역시 2013년 30.2%에서 작년 39.2%까지 빠르게 높아졌다. 저금리·은퇴자 노후대비 수요 등으로 부동산임대업 대출수요가 증가했고, 은행도 담보위주의 대출자산 확대전략을 취한 것이 맞물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가계대출을 선호하는 행태는 소비자 수요와 함께 다양한 경제적 유인에 기인하므로 시장자율적으로 교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예대율을 산출할 때 기업대출 가중치를 낮추고,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강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