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의 급곡선 주행장치 시험용 도시철도차량.
현대로템이 세계 최초로 복잡하고 굴곡진 도심지역에서도 열차가 다닐 수 있는 주행시스템을 개발했다.
현대로템은 세계 최초로 곡선 반경이 15m인 지형에서 운행이 가능한 저상형 주행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주행장치란 열차의 차체를 지지하고 차량의 주행을 담당하는 주요장치로, 열차의 바퀴에 해당하는 차륜과 차축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국가연구과제인 '저심도 도시철도시스템 기술개발'의 하나로, 2014∼2018년 5년간의 연구 끝에 나온 결실이다.
기존에 사용된 주행장치는 열차의 곡선 반경이 25m이상인 노선에서만 주행이 가능해 도심 밀집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철도 노선 계획 수립에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 이로 인해 기존 노선들은 곡선반경이 좁은 곳에서는 철로 신설이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로템이 개발한 주행장치는 최소 곡선 반경이 15m로 줄면서 복잡한 도심에서도 일반도로와 나란히 열차가 주행할 수 있고, 건설비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일반도로 위에서 운행하는 트램에 설치할 경우 자유로운 선로 구축이 가능하다고 현대로템은 설명했다. 또 이번에 개발된 급곡선 주행장치는 차륜과 선로가 맞닿는 압력을 기존 장치보다 30% 이상 줄여 소음이 적고 차륜·선로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주행장치는 열차의 차체 높이를 낮춰 인도와 열차 탑승구가 같은 높이에 놓이는 저상화 모델로 개발됐다. 휠체어 등을 타고 다니는 교통약자가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개발한 주행장치에 적용된 개별모터 토크 제어기술과 능동유압 조향기술은 한국철도학회가 선정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도 10대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두 기술 모두에 대해 2016년 특허 등록을 했다.
현대로템은 이 외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86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지난해 R&D 투자 금액은 2016년(890억원)보다 14% 늘어난 1015억원이다. 현대로템은 특히 에너지 저감기술과 시스템 통합기술, 소음·진동 저감기술 확보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개통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비롯해 친환경 저상 트램,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2층 고속열차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열차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연구성과는 소음과 분진을 줄이고 급격한 곡선에서도 운영이 가능해 트램과 같은 도시철도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기술과 더불어 앞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전동차 및 고속차량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이익 증가에 몰두하지 않고 미래 준비에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