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해외경제포커스 일본 가계의 경제구조 변화 및 시사점'
일본사회가 고령화 심화 현상을 겪는 가운데 경제 전반에 고령층이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소비부진이 고령층의 소비 증대로 일부 상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고령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노동시장 참여 및 소비가 위축되고 연금 등 고령화 관련 사회보장비용이 늘어나 거시경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 아태경제팀이 24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고령층 비중이 27.7%까지 상승했다.
보고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소비의 40%, 60세 이상 고령층이 금융자산 보유의 60%를 차지한다"며 "일본의 고령화 심화는 경제 내 고령층 영향력 확대와 함께 경제 주체의 행태 및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전체 가계의 경제구조 변화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은 고령화 진전과 함께 가계 소득구조, 소비지출구조, 자산보유구조 등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소득구조의 경우 가처분소득은 사회부담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로 회복이 미약한 가운데 연금 및 보험 소득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 2012~2016년 가계소득은 19조1000억 엔 증가(4.7%)한 반면 가처분소득은 7조3000억 엔 증가(2.5%)에 그쳤다. 반면 고령화에 따른 연금수급자는 지난 1994년 2162만명에서 지난해 3969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연금보험료가 계속 인상되고 있다.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은 지난 2016년 기준 63.3%로 아직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20년간 연금 및 보험 소득의 비중은 1994년 12.6%에서 2016년 19.1%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가계 소비성향은 소비성향이 높은 고령층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1994년 76.5%→2016년 80.9%)됨에 따라 상승했다. 고령층 소비성향은 자산축적, 액티브 시니어 증가 등으로 지난 2000년 77.7%에서 지난해 83.5%로 상승한 반면 청년층은 68.9%에서 63.8%로 하락했고 장년층은 73.0%에서 73.3%로 일정했다.
가계 금융자산은 지난 1994년 1231조 엔에서 2016년 1824조 엔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총자산에 대한 비중도 44.8%에서 63.2%로 상승했다. 은퇴 후 소비수준 유지, 예상치 못한 지출 보전, 자산가격 급락 우려 등으로 안전성 및 유동성 선호가 강화되면서 금융자산 보유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일본 가계의 이 같은 경제구조 변화는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친다"며 "고령층의 소비 영향령 증대는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소비부진을 일부 상쇄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령층 비중은 지난 2002년 18.5%에서 지난해 27.7%로 크게 확대된 가운데 전체 소비지출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에서 39.7%로 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고령층의 전체 가계소비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 2001년에서 2017년 사이 연평균 0.8%포인트로 전체 가계소비의 부진을 상당부분 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고령층 가구의 가계소비지출에 대한 기여도 추정./한은
보고서는 다만 "지난 3월 일본 내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수는 1770만명으로 65~74세 전기 고령자 수를 추월하는 등 이에 따른 노동시장 참여 및 소비 위축과 연금 등 고령화 관련 사회보장비용 증가 등 거시경제 제약위험이 우려된다"며 "또 고령층의 안전성 및 유동성 선호 경향으로 금융자산 수익률 저하가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에 장기적 대응을 요구하며 가계 소비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고하고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통해 소비여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금융자산의 수익률 저하에 대응하여 해외투자 등 금융기관의 신규 수익원 창출을 장려하고 리스크관리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고 안정성,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축적이 미흡함에 따라 향후 소비여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