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경북대 성 비위 관련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교수가 대학원생을 1년여간 상습 성추행한 것으로 확인됐고 교내 성 관련 상담센터의 부실한 운영이 드러났다. /유토이미지
#경북대 대학원생 A씨는 10년 전인 2007년부터 약 1년여 간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B교수로부터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 주임교수를 통해 가해 교수 처벌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측은 가해 교수와 자율징계 확약서를 쓰게 했고,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못하고 자체 종결 처리됐다. 당시 이 대학의 성폭력상담소와 인권센터는 최근 2년간 발생한 총 8건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지도 않았고 여성가족부는 물론 총장에게조차 보고되지 않았다.
대학 내 성비위 관련 상담센터와 대응과 처벌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교육부가 지난 4월 경북대에 대한 성비위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내 성비위 관련 자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 여성단체가 해당 대학의 한 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구체적인 증빙과 함께 제기함에 따라 이뤄졌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해당 사건과 피해신고 처리과정, 학내 인권센터 운영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교육부가 피해자의 진술과 사건을 처리했던 교원들의 진술 등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B 교수는 전임강사로 재직하던 2007년부터 약 1년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해 수차례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폭로했던 여성단체는 해당 교수가 피해 학생에게 강제로 키스하거나 껴안는 등 상습 성추행했다고 했다. 가해 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교내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은 물론 성평등센터장까지 지냈다.
교육부는 "B교수의 성비위는 당시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직장 내 성희롱 금지의무 위반, 구 국가공무원법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시효(당시 2년)가 도과해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B교수에 대해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공소시효과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대학 측에는 피해 학생에 대해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 피해 신고를 신고사유 발생 1년 이내에만 하도록 하는 등 교내 성폭력상담소와 인권센터의 부적정 운영에 대해 기관 경고를 통보했다.
또 당시 피해 학생으로부터 성추행 피해신고를 전달받은 주임교수와 단과대학장, 2명의 대학원 부원장 등 4명 등은 성추행 사건 조사와 징계 요구에 대한 권한이 없음에도 B 교수에 대해 자율징계 확약서를 피해학생과 함게 서명하도록 해 해당 사건을 대학원 내에서 자체종결 처리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비위는 중징계나 경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시효가 지나 경고를 통보했다. 교육부는 특히 이들은 총장의 성폭력 사건 조치의무 이행을 위계로서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지만, 공소시효(당시 7년)가 지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형법 제137조)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교원의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의 징계시효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학교측에 통보 후 30일의 이의신청기간을 거쳐 관련자에 대한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성추행 혐의가 있는 교원과 사건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교원에 대해 시효가 도과되어 징계처분을 할 수 없게 돼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피해 학생이 10년의 세월 동안 겪었을 심적 고통에 대해 교육부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 학생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당해 대학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