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채용비리 고비를 넘긴 은행권이 이번엔 '금리조작'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게됐다. 금융당국이 '조작'이란 표현을 썼지만 금융권은 '일부의 실수'라는 표현이 맞다는 입장이다. 주요 은행이 26일 환급하겠다고 밝힌 부당 대출이자는 KEB하나은행과 경남은행, 시티은행 등 3개 은행 최대 27억원(최근 5년 검사분) 규모다.
잘못 받아간 이자 환급은 시작일 뿐 금리조작에 대한 후폭풍은 채용비리보다 훨씬 거세다. 당장 시중은행들에 대한 대출이자 전수조사 요구는 물론 소송도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씨티·경남은행은 이날 대출금리를 잘못 산정해 과다 청구된 대출이자를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환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경남은행이다. 고객의 연 소득을 입력할 때 증빙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소득 금액을 누락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면서 대출금리가 부당하게 높아졌다.
경남은행은 최근 5년간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가운데 약 1만2000건(전체 대비 약 6% 수준)의 이자가 과다 수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환급 대상 금액은 최대 25억원 내외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연 소득 입력 오류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와 추가된 부분에 대해서 자체 점검 중에 있으며, 최종적으로 잘못 부과된 부분에 대해선 7월 중 환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일부 영업점에서 최고금리 적용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출은 점검대상 기간인 2012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690만건의 대출 취급 건수 중 총 252건(0.0036%)으로 가계대출 34건, 기업대출 18건, 개인사업자 대출 200건이다. 고객 수로는 193명(가계대출 34명, 기업대출 159명)이며, 환급 대상 이자금액은 약 1억58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환급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에서는 2013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취급한 대출 중 일부의 담보부 중소기업대출에 신용 원가를 적용하는 데 있어 오류가 있었다. 금리가 과다 청구된 대출은 총 27건, 고객 수로는 25명이다. 환급해야 할 이자는 모두 1100만원 수준으로 다음달 중으로 해당 고객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해당 은행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금리산정의 '오류'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은행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금리 '조작'에 대한 조사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은행들의 금리 조작은 업무 실수라기보다 고의적 행위로 반드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감독당국이 이번 사건을 축소시킬 경우 상위기관에 강력한 조사를 청구하고, 피해 소비자들을 모아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소연은 "금감원의 이번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은 1~2개월의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며 "금감원이 전수조사를 실시하면 더 많은 불공정 영업행위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침소봉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빠른 대출을 원하는 일부 소비자가 소득증빙 서류 등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전체 대출에서 금리착오가 발생한 건수는 극히 일부인데 이를 두고 '조작'이란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