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통산 성적 146승 37패 99세이브, 최다 탈삼진 1698개, 0점대 방어율 3회. '무등산 폭격기'로 불리며 해태타이거즈(현 기아)의 마운드를 책임진 선동열. 그가 한국 야구사에 남긴 족적은 대단하다. 그가 마운드에 등판하는 날은 아이러니 하게도 TV앞에 사람들이 없었다. '선동열=1승'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실제 146승 가운데 29승이 완봉승이다. 특히 86년(0.99)과 87년(0.89), 93년(0.78 )의 '0'점대 방어율은 프로야구 역사에서 깨지기 힘 든 '대기록'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에도 비슷한 기업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선발은 물론 위기 때 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한국경제를 깊은 수렁에서 건져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의 '제1선발' 자리를 계속 지킬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바로 2분기 실적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 2분기 평균 영업이익은 15조4140억원이다. 16조원을 웃돌것이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7조원대로 사상 최대치를 쓸 것이란 전망이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구질 다양, '삼성' 폭격기는 건재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5조 4140억원이다. 순익은 11조7480억원이다. 매출액은 61조2710억원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1분기 영업이익(15조6400억원)보다 다소 떨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4조700억원을 시작으로 3분기 14조5300억원, 4분기 15조1500억원에 이어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사상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웠다.
부진한 성적은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갤럭시S9와 갤럭시S9+의 출하량이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돌았고, 중소형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고객사인 미국 애플의 아이폰X 출하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IT·모바일(IM)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520억원(NH투자증권 추청치)대로, 지난해 2분기(4조48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1560억원대에 그치면서 1년 전(1조7100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슈퍼호황' 장기화에 힘입어 신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 예상 영업이익은 12조82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59.8%, 전분기 대비 11.0% 늘어난 수치다.
한국경제의 '1 선발'에 대한 실망은 이르다는 평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구질이 속도가 떨어진 직구(스마트폰)를 보완해 줄 것으로 보여서다.
증권가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7조3300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기간(14조5천300억원)보다 19.3%나 많은 수치로, 이 가운데 13조원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서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D램 가격은 3분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2분기까지 부진하겠으나 하반기부터 개선되겠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7조4000억원(전분기 대비 +14%)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할 것이다"면서 "반도체 신규 캐파 가동이 시작되고, D램 가격 지속 상승이 실적에 도 움을 줄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고객사의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실적이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은 경계해야할 변수다. 최근 중국이 메모리 업체들에 대한 가격 담합 조사를 시작, 메모리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 글로벌 신뢰 'UP', 지배구조 개편은 숙제
글로벌 신뢰도 한층 두터워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달 삼성전자의 선순위 무담보채권 등급을 'A1'에서 'Aa3'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05년 7월 이후 근 13년 만이다. 무디스는 치열한 경쟁과 본질적으로 경기 변동성이 높은 산업 특성에도 삼성전자가 향후 최소 2∼3년간 다수의 사업부문에서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적 리더십이 시장의 수위를 차지하고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더욱 강화된 기술적 리더십, 시장통합에 따른 완화된 경기 변동성과 지속적인 수요 증가를 토대로 향후 수 년 간 이익과 현금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에 남겨진 숙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가 지난 2일부터 시범 시행되면서 삼성그룹은 고민에 빠졌다. 천문학적 액수의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거나,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할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말을 아낀다.
지주사 전환 작업에 정통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관련 법률부터 세제에 이르기까지 각 정부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할 내용이 산더미 처럼 많다"며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다. 당장 지주사 전환 등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