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2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올해 임협 교섭 결렬에 따라 실시된 조합원 파업투표의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을 이끌고 있는 자동차·조선 등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현상을 겪고 있다. 조선업계도 노조 파업에 따른 수주 기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7년 연속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투표자 4만4782명 중 65.62%(3만3084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10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노조는 언제든지 파업을 벌일 수 있다.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여부와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맞춰 오는 13일 6시간 파업을 확정해놨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개월간 진행된 12차례 교섭에서 이견 차이만 확인했다. 사측은 그동안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급승급분 포함)에 성과금 200%+100만원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대비 5.3%(11만6276원, 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또 수당 간소화와 임금체계 개선, 조건없는 정년 60세 적용,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을 주장했다.
노사는 8월 초 여름휴가 이전에 교섭을 마치자는 입장이지만 광주시가 제안하고 현대차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국발 관세 폭탄 위협은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다만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노사간 입장차를 쉽게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경우 법정관리 위기 등으로 인해 노사가 지난 4월 올해 임단협을 타결시켰고, 금속노조 소속이 아닌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노사간의 관계가 원만한 편이다.
'수주 절벽'에 직면한 조선업계도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일과 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4월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찬성 결과를 받아들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 현대중공업 지부 앞 광장에서 다시 원·하청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총파업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황이다. 노조가 중노위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판결을 받게 되면 파업 등 쟁의권을 합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을 통해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 ▲성과급 250%+알파 지급 ▲하청노동자에 정규직과 동일한 휴가비·자녀 학자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경영 실적을 고려할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본급 동결과 함께 경영 정상화 시까지 기본급 20% 반납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할 두 회사의 영업손실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내수 시장에서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고 있는 신형 싼타페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감가뭄으로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은 파업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파업으로 인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한 선사들이 현대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사 차질 피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으며 현대중공업도 파업으로 인한 리스크를 떠안았다"며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