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자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발행물량도 세 배 이상 늘렸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 운영자금과 차환 용도의 회사채 발행이라는 점에서 고용 확대 등 거시경제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신한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6월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은 1조5600억원이었다. 미달액(수요예측액-밴드포함액) '0'원으로 미달률은 0%를 기록했다.
초과액(밴드포함액-수요예측액)은 4조630억원에 달했다. 초과율은 260.4%다.
발행 규모는 4~5월 대비 감소했으나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발행시장 강세가 지속됐다.
등급별로 AA급에서 초과율은 265.6%로 1~5월 평균 수준(268.9%)을 유지했다.
특히 신세계는 모집액 대비 6배 이상의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증액 발행에 성공했고, 2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포스코는 모집액 대비 5배 이상의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쳤다.
A급에서는 초과율 237.5%로 1~5월 평균(283.7%) 대비 하락했으나, 높은 수준의 초과율로 발행을 이어갔다. BBB급에서는 초과율 247.1%로 1~5월 평균(227.4%) 대비 상승했다. 특히 한화건설이 BBB급을 극복하고 수요예측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확대'는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라기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적인 자금 조달로 풀이된다. 매년 하반기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된다는 점을 깨달은 기업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무역 전쟁 이슈 등을 우려해 상반기에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실제 2018년 들어 조달목적 비중은 변했다. 운영목적 발행 비중(5월 말 기준 39%)은 줄고 차환목적 발행 비중(47.9%)은 증가하고 있다. 4년 만이다. 이는 발행사들의 선발행 수요는 마무리가 됐다는 것이고, 차환에만 대응하는 발행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업 투자가 쪼그라들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3.2%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 증가율이 0.2%로 전월(3%)보다 큰 폭으로 꺾인 데다 운송장비 투자 증가율이 11% 감소한 탓이다. 설비투자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2015년 3~5월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설비투자는 -1.9%(3월), -4.4%(4월), -3.8%(5월)를 나타냈는데 이번엔 -7.6%, -2.7%, -3.2%로 감소 폭도 더 크다.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8.6%였던 총고정투자(설비+건설+지식재산생산물) 증가율이 올해 1.6%로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