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경영성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형인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은 주력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의 실적반등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렁에 빠진 박삼구 회장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그룹 회장의 경영실패 후 발생하는 후폭풍은 2002년 9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뒤 잇따라 진행한 무리한 인수·합병의 후유증으로 보인다.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주변의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박 회장은 앞만 보고 달려갔다. 당시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인수 여파를 아직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그룹 재건을 위해 구조조정으로 매각했던 금호타이어 인수를 목표로 삼았지만 실패했다.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으로 그룹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를 위해 동원된 계열사들의 피로감은 높아졌고 경영실적 또한 부진했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실적 부진 속에 무리한 자금조달로 부채비율이 치솟는 등 재무부담이 커졌다. 박 회장은 이에 올해부턴 내실에 집중하며 운수·건설·항공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삼각축으로 그룹을 새롭게 꾸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올해 연초에는 박 회장이 참여했던 승무원 격려 행사에서 악수, 포옹, 반말 등의 행동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룹 총수의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그 리스크를 아시아나항공이 떠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불거진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해 아시아나 직원들이 거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부족 사태의 경우 박 회장이 무리하게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다 생긴 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박 회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하청업체 직원들에 승무원, 승객까지 피해를 입은 것이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얼굴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다. 내년에 도입되는 IFRS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를 갚기 위해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조원 상당의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에서 지주사로 2000억원의 헐값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을 4500억원에 매각해 부채를 갚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구의 금호석화 '승승장구'… 2Q 영업익 1500억원대 전망
반면, 박찬구 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 금호석유화학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수 합병 실패와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형 박삼구 회장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페놀체인과 특수고무 호조로 2분기 '깜짝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분기 16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올 2분기에도 약 1500억대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의 이같은 실적은 페놀유도체와 합성고무인 NB라텍스가 견인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분기는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적 달성이 예상된다"며 "전방 폴리카보네이트의 초강세 지속 및 증설에 따라 BPA마진 또한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호조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고무부문에서 압도적 실적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페놀유도체는 지난 4월 금호석화의 100% 자회사가 된 금호피앤비화학의 주력 제품이다. 페놀유도체 부문에 속하는 BPA는 폴리카보네이트의 핵심 원료로,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외관에 적용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페놀유도체 가격 개선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PC 생산이 급확대되면서 수요 또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천연라텍스를 대체하며 매년 수요가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NB라텍스의 전망도 밝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은 울산고무공장 NB라텍스 생산능력을 기존 연산 40만톤에서 55만톤으로 확대하는 증설에 돌입하기도 했다.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는 얇고 가볍지만 쉽게 파손되지 않는 의료용 장갑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양성운·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