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문화>문화종합

옛 서울역서 '개성공단' 전시 눈길…다시보는 공단의 일상

옛 서울역인 문화역서울284에서 '개성공단의 일상'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가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남북 화해 모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시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문화적으로 해석해볼만한 전시다. 열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정권이 바뀌기 이전인 2년 전부터 기획됐었다. "이미 공단이 폐쇄되고 남북관계가 험했던 시절이었다. 개성공단이 영원히 문닫고, 그 안에서 쌓인 경험들이 사장되는 것은 아닌지 참 두려웠다. 당시엔 이 전시를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공간을 못얻더라도, 무조건 하자고 중지를 모았다"(정정엽 작가)는 증언은 새삼 바뀐 남북정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개성공단은 도라산역을 넘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6km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다. 2004년 10월 설립된 남북경제협력지구로, 공단이 설립된 후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인력과 차량이 왕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군부대가 뒤로 밀려나고 건물과 문화가 만들어지고, 물건이 생산됐다. 이번 기획전은 이 과정을 만든 사람들을 평화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로서 바라보고 오마주했다. 공단의 재가동의 당위, 평화와 희망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개성공단을 설계했던 이들과 이곳에서 일해온 사람들, 섬유, 봉제, 의복, 신발 등과 같은 생산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개성공단에 입주한 126개 기업의 북한 근로자들의 출퇴근, 업간체조 등 하루 일과를 데이터하고 시각이미지를 표현해냈다.

설치작품 '개성공단의 문'을 설명하는 정정엽 작가. 사진:오진희 기자.



'로보다방, 로동보조물자다방' 설치작품을 설명하는 이부록 작가. 사진:오진희 기자.



지난 6일 전시가 열린 문화역서울284를 찾았다. 이날 정정엽 작가는 '정상 출근' 연작으로, 공단으로 출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쉬폰 천 위에 먹으로 그려 천정에 드리워 겹치고 흔들리게 설치한 작품을 소개했다. 또다른 작품 '개성공단의 문'은 오래된 거울들을 조합해 공단의 열린 문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정 작가는 "어떤 자료를 보니 북한은 개성을 경제적 가치만이 아닌 통일의 초석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개성의 '개'자가 바로 열릴 개자다. 이미 오래된 거울로 작업을 많이 했는데, 거울은 뒷면까지 비추기 때문에 열려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오래된 것 속에서 남북이 만날 수 있다"며 "낡고 고풍스런 거울에다 리터치하듯 팥, 콩 같은 곡식을 살짝 그려넣었다. 일상적 교감을 자아내고 싶었다. 나이드신 분들은 풍요로움 느낄수 있을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부록 작가의 '로보다방'은 북측 노동자에게 제공됐던 로보물자들 중 막대커피를 음용하는 가상의 커피점이다. '로보'란 '로보물자'에서 차용한 단어로 로동보조물자의 준말이다. 북측 노동자에게 지급한 일종의 복지 물자를 일컫는 용어로, 초코파이, 봉지커피, 라면, 동태 등을 말한다. 다방 컨셉의 전시장에는 개성공단을 상징하는 미싱 테이블이 있다. 잠정중단조치 이후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양측 협상가들이 마주할 협상테이블, 서울과 개성을 오고 갈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는 테이블을 상징한다. 또한 '품질은 타협이 없다'와 같은 남북측의 협의에 의해 결정된 생산표어들과 꽃문양이 합성된 자수 테이블보가 펼쳐져 있다.

유수 작가는 공단의 남측, 북측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도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밤'이라는 사진은 공단뿐 아니라 그 주변의 전경을 담담하게 전한다. '개성공단 선물'시리즈는 북측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담아 남측 노동자들에게 건넨 사물들과 그 이야기를 육성으로 기록해 보여준다. 최원준 작가는 단편영화 '피륙의 결'로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두 여자 주인공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 유수 작가(출처: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아리 프로젝트' 스틸컷, 김봉학프로덕션(출처: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봉학프로덕션의 영상, 설치 작업인 '아리 프로젝트'는 수제 축구화 장인이자 북측 노동자에 기술을 전수했던 김봉학의 일상을 통해 남북문제와 노동, 정치적 현실을 질문한다. 임흥순의 '형제봉 가는길' 영상작업은 2016년 11월 23일 개성공단이 잠정 중단된지 9개월이 지나 공단 기업 대표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진행했던 장례 퍼포먼스에 사용된 관, 만장 등 물품을 가지고 형제봉을 오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형제봉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봉우리이자 작가가 개인적으로 자주 올라 남북을 고민한 공간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외국작가인 제인 진 카이센(Jane Jin Kaisen)은 '하나의 또는 여러 산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작품으로 백두산을 담았다. 남북에서는 백두산이지만, 중국에서는 장백산으로 불리는 이 산을 주제로, 다양한 역사와 남한, 북한, 만주와 중국 등의 문화적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이외에도 개성공단의 분양, 입주, 생산, 근로자 현황과 기업들의 매출액, 총자산 등이 수치로 표현된 그래프, 개성공단의 연혁, 행정서류로 읽는 공단의 일상들이 개성공단의 현재와 미래를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한다. 전시는 오는 9월 2일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