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접수자까지 끼워넣어 "ROTC 경쟁률 '6.09대 1', 인기 높아졌다"
- 올해 육군ROTC 경쟁률 2.7대 1로 '뚝'… 최근 7년 간 최하
- "과거엔 임관 전부터 3~4개 기업서 취업 콜"… 기업 인재상 변화로 '인기 시들'
2010년~2018년 육군 학군사관후보생(ROTC) 경쟁률 현황 / 그래프=신혜영 기자
육군이 지난 2014년 학군사관후보생(ROTC) 경쟁률을 부풀려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면접 전형에 참여하지 않은 인터넷 원서접수자까지 집계에 포함시켜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 2014년 4월 15일 육군은 육군학생군사학교 요청에 따라 2014년 ROTC 경쟁률이 6.09대 1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육군학생군사학교가 보유한 관련 기록을 확인했더니 당시 경쟁률은 3.7대 1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육군 발표에 따라 주요 신문들은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경쟁률이 상승했다', '경쟁률 집계와 분석이 이뤄진 1994년 이래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대졸 취업난 때문에 장학금 혜택과 졸업 후 7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장교(소위) 임관 등의 혜택에 따라 ROTC 인기가 높아진게 경쟁률 상승의 근거로 꼽혔다. 군사 보안 등의 이유로 선발 인원 등이 비공개로 돼 있어 사실 확인이 어려웠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육군학생군사학교 공보실 관계자는 "당시 발표된 2014년 경쟁률은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은 인터넷접수 지원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담당자의 실수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관련 보도 내용이 온라인 기사로 검색되는만큼, 이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 등에 대해 내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률 뻥튀기 발표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육군이 발표한 2012년과 2013년 경쟁률은 각각 3.22대 1과 3.57대 1로 인터넷 접수자를 제외했는데, 유독 2014년 경쟁률만 인터넷접수자를 포함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후 2015년(3.6대 1)과 2016년(3.8대 1)까지 경쟁률이 상승해 '홍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올해 경쟁률 2.7대 1, 2011년 이후 최저
본지가 확인한 육군 ROTC 경쟁률은 최근 9년 간 3대 1 수준을 보이다가 올해 2.7대 1로 크게 떨어졌다. 연도별 경쟁률은 2010년 2.54대 1, 2011년 3.34대 1, 2012년 3.22대 1, 2013년 3.57대 1, 2014년, 3.7대 1, 2015년 3.6대 1, 2016년 3.8대 1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7년 3.02대 1로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올해 최근 7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졸 취업난과 장교 임관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ROTC 경쟁률이 낮은 이유는 기업들의 인재상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ROTC 대다수가 단기복무 후 전역하는 구조로 취업 여건이 예전보다 열악해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경영학과 A 교수는 "과거에는 시키는 일만 잘하는 인재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이 ROTC 등 특채 선발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 등 기업 내외부 환경 변화의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 교수는 "대기업 위주로 과거에 ROTC 출신을 뽑았다면, 최근에는 해외에서 뽑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ROTC 출신에 대한 취업 여건은 과거 10여년 전과 비교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1997년 초임장교로 임관한 ROTC 출신 손 모(45) 씨는 "2~3기수 위 선배들의 경우에는 초임장교 임관전에 3~4개 기업들로부터 제대 후 취업을 약속받은 뒤 의무복부 이후 바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면서 "최근에는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예전엔 기업들이 군대 경력을 인정해줬고, ROTC는 따로 장병공개모집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경력 인정도 잘 안해주고, 특채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후보생 선발시 수능성적과 내신 등 석차로 선발하고 주요 대학 위주로 정원을 배분하고 있는 현재 ROTC 선발 체계는 '차별적인 선발 제도'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로 수도권 대학의 경우 선발 경쟁률이 낮고 지방 대학의 경우 높아 지역별 경쟁률 편차가 크다. 이에 육군도 대학별 후보생 정원을 정할 때 전년도 경쟁률을 일부 반영하고 있으나, 그 비율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된다.
육군학생군사학교 측은 경쟁률 하락의 이유로 "기본적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자연적으로 지원자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자체적인 연구나 필요하면 외부 연구기관 용역을 통해 파악해 10월경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ROTC는 지난 1961년 6월 초급 장교 확보를 위해 창설된 이후 지금까지 20만여명이 임관했고 지난 2011년부터 여대생에게도 개방돼 여성 장교도 배출하고 있다. 현재 전국 119개 대학 학군단에서 1만명의 육·해·공군·해병대 후보생이 재학 중이다. 전·후방 부대 전체 초급장교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