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란 국적 중학생 난민 우리 법이 포용해야"
법무부장관에도 요청, 학교 친구들도 '국민청원'…"종교적 이유로 박해 우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종교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이란 국적 중학생에 대해 법원과 정부에 난민 인정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19일 오전 송파구 A중학교를 방문해 이 학교에 다니는 이란 국적 난민신청자 B군을 만나 격려했다. 조 교육감은 입장문에서 "이란 국적의 서울 학생이 원하는 대로 서울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의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면서 "우리 법이 국적의 경계에 갇히지 말고 모든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포용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B군은 지난 2003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나 7살 때인 2010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고, 초등학교부터 한국에서 다녀 이란에서 쓰는 언어인 페르시아어보다 한국어가 더 익숙하다. 학급회장을 여러 번 맡을 만큼 활달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인구 99%가 이슬람교도이고, 다른 종교로 개종한 이슬람교도에 대해 '배교(背敎)죄'로 처벌하는데, 심한 경우 사형까지 처분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닌 B군과, 2015년 B군이 전도해 기독교로 개종한 그의 아버지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가혹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란 기독교도들은 폭행과 괴롭힘, 고문, 학대 등 심각한 박해를 받고 있다. 이란 법학자들도 상당수가 재판 없이 배교자를 처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가혹한 박해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B군과 아버지가 기독교도가 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친척들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지난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고,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받았다. 심리불속행은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이다.
아버지의 난민 신청 소송은 진행중이어서 B군은 오는 9월까지 합법적으로 한국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B군의 학교 친구들도 B군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냈고, 19일까지 3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친구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선생님께서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친구가 떠나는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친구가 허망하게 가버리면 우리학교 600명에게 평생 가습을 누르는 짐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B군과 아버지는 이날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신청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최근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C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B군과 아버지가 난민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5년에도 무국적 탈북 학생을 위해 법적 근거 부여 방안을 검토했었고, 다행히 법무부장관이 국적 취득을 승인해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도와준 적이 있다"며 "법무부 장관 면담을 신청해 학생이 대한민국의 품에서 마음 편히 친구들과 놀며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