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전면파업 이틀째인 지난 20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노조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을 돌며 경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체질개선에 나선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가 23일 전면파업에 돌입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매출 감소와 강재가격 인상 등 악조건에 노조의 파업까지 겹칠 경우 수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루 평균 83억원 매출 손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하루 평균 83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과 공정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사내 소식지에서 "가공 소조립1부 등 3개 부서에서 노조의 물류 흐름 방해로 지금까지 총 22개의 블록 반출을 못 해 전체공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됐다"며 "하루 평균 매출 손실이 83억5000만원에다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못 맞추면 하루 10억원의 지체보상금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업 기간 작업장별 공수(工數·man hour) 손실도 3개 부서에 걸쳐 총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또 "지난 19일 밤 파업 참가자들이 생산부서 당직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보안팀 직원이 다치기도 했다"라며 "천막을 불법으로 설치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시비를 거는 등 일터를 싸움터로 만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종 불법행위의 시시비비를 가려 가해자 전원을 인사 조처하고 생산손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 보안대가 농성장 주변으로 들어와 사진으로 찍는 등 파업 참가자들을 먼저 자극했고 몸싸움 과정에서 노조 간부 역시 다쳤다"며 "서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업 둘러싼 '노-노 갈등'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상선 등 타 부서도 일감부족 현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의 경우 43개월째 수주가 끊기면서 작업장은 35년 만에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처럼 회사가 수주 부진 여파로 적자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을 반길리 만무하다.
실제 총파업 참가자 수는 노조 추산 1000여명, 회사 추산은 600여명으로 전체 조합원 1만2000명의 10% 미만 수준이다.
지난 2014년 파업 당시 3000명에 달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인원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노조가 파업을 통해 사측 협의를 이끌어 내려고 압박하고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내에 들어온 하청 지회에도 이번 파업을 둘러싸고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노조의 경우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조는 지난 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금속노조 울산지부 산하의 일반직지회와 하청지회를 현대중공업지부로 통합하는 '1사1노조' 시행규칙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난항을 겪자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2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