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손해보험사 상위 5곳의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된 데다 장기 보험 사업비가 증가한 탓이다. 하반기에는 적정 정비요금 공포, 건강보험 적용확대 등으로 손해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료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5개사 중 메리츠화재의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순이익은 1320억원으로 전년 동기(2035억원) 대비 35.1%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2691억원에서 1827억원으로 32.1% 줄었다. 반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3조1620억원) 대비 9% 늘어난 3조4478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2분기 장기보장성 보험 매출이 지난해 164억원에서 올해 283억원으로 72.4% 성장하면서 추가상각 등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손보사는 DB손보다. DB손보의 순이익은 3001억원으로 전년 동기(3698억원) 대비 18.8% 감소했다. 매출액은 6조2017억원에서 6조2109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967억원에서 4280억원으로 13.8% 감소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전년 동기(7798억원) 대비 14.6% 감소한 66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9조1832억원에서 9조1380억원으로 0.5%, 영업이익은 1조238억원에서 9446억원으로 7.7% 줄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계절적 영향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보험영업효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보험영업효율을 판단하는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102.2%로 전년 동기(101.1%)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KB손보의 상반기 순이익은 18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업계 2위인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2822억원에서 2565억원으로 9.1% 줄어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매출액은 6조3369억원에서 6조4533억원으로 1.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840억원에서 3631억원으로 5.4% 줄었다.
대형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한 배경은 지난 1분기 폭설과 한파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손해율(발생손해액/경과보험료)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보험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지표다. 여기에 장기 보험 사업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상위 5개 손보사의 올해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7%로 전년 동기 77.5%에 비해 4.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보면 삼성화재는 76.3%에서 81%로 4.7%포인트, 현대해상은 77.4%에서 80%로 2.6%포인트 상승했다. KB손보는 77.8%에서 82.8%로, DB손보는 77.6%에서 82.6%로 각각 5%포인트 손해율이 올랐다. 메리츠화재의 손해율도 76.1%에서 77.4%로 1.3%포인트 높아졌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겨울 한파에 이어 여름철 폭염이 이어진 데다 정비요금 인상, 건강보험 적용확대 등으로 손해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9일 표준 작업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한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했다. 또 지난 7월부터 상급종합·종합병원의 2~3인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실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료를 4% 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보험금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날씨 요인, 정비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탓에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업계 차원에서 보험료 인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