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교섭을 재개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예정됐던 파업 일정을 하루만에 취소하고 임단협 갈등을 좁히기 위해 사측과 9차 본교섭에 나선다. 기아차 노조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 노조는 매년 임단협에서 사측과 입장차이가 발생하면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매번 현대차와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동안 기아차는 현대차의 결과에 따라 비슷한 수준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말 타결된 현대차 임단협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합의안을 기준으로 기아차 임단협도 합의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이르면 이달 내에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노조에 기본급 4만3000원인상과 성과급 250%, 일시금 250만원, 상품권 20만원을 제시했다.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 11만6276원(5.3%) 인상, 성과급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30% 지급 등과 거리가 있지만, 현대차 노사의 합의안과는 격차가 크지 않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4만5000원인상, 성과급 250%, 일시금 280만원, 상품권 20만원 등에 합의했다. 차이는 기본급인상분 2000원과 일시금에서 30만원 정도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가 타결한 수준에서 기아차가 합의해온 관례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크게 반발하기 어려운 제시안이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직원들의 평균 연봉과 최근 회사의 실적만 보더라도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하기 힘들 전망이다. 기아차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현대차 직원 연봉을 3년 연속 앞지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기아차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9300만원으로, 현대차(9200만원)보다 100만원 가량 높다.
현대·기아차의 1인당 직원 평균 연봉은 2014년 9700만원으로 같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이전 기아차 직원 평균 연봉이 현대차를 넘어선 것은 2010년이 처음으로,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었다.
여기에 실적 악화도 문제다. 국내 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기아차 영업이익은 65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68억원)보다 16.3%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낮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 'G2 시장'에서 부진한 게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최근 글로벌 시장 침체로 위기의식이 업계에 만연하게 퍼지면서 노사가 협력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며 "기아차 노조만 홀로 파업을 이어갈 경우 여론은 물론 동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만큼 노사가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 1인 평균 급여액
연 도 =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2014년 = 9700만원 = 9700만원
2015년 = 9600만원 = 9700만원
2016년 = 9600만원 = 9600만원
2017년 = 9200만원 = 93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