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이 글로벌 은행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 점포 설치가 아닌 소매·기업금융에 있어 현지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은 총 39개국에 772개의 해외점포나 현지법인 산하지점을 두고 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20개국, 660개로 가장 많고 ▲북미 3개국, 74개 ▲유럽 9개국, 24개 ▲기타지역 7개국, 14개 등이다.
초기만 해도 선진국과 중국 중심이던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은 최근 1~2년 새 동남아시아로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동남아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국내 은행 뿐 만이 아니다. 먼저 내수시장 포화를 경험한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한 발 앞서 진출한 상태다.
동남아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는 여전히 경제성장률은 높은 반면 금융시장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트남(6.6%) 필리핀(6.7%) 인도네시아(5.2%) 등의 경우 실질 경제성장률이 주요 선진국 평균인 2.5%를 크게 웃돌고, 인구구조도 고령화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반면 은행 계좌 보유율은 인도내시아 36%, 필리핀 69% 등에 불과하며, 순이자마진(NIM)으로 봐도 평균 3% 중반대를 웃돌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일본 1위 은행인 미쓰비시UFJ(MUFG)는 동남아 4개국에서만 200개가 넘는 사업과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MUFJ, SMBC,미즈호 등 일본 3대 대형은행의 동남아 대출은 지난 2011년 1100억 달러에서 2016년 2000억달러 규모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제금융센터 주혜원 연구원은 "일본 은행권은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기업과 현지기업에의 대출 뿐만 아니라 무역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현지 은행과의 파트너십 강화와 지분인수 및 정부기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수행 등 보다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들는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적극 호응해 진출을 추진하면서 현지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초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주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도 동남아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 점포 설치가 아닌 현지통화 예금 수탁 및 대출제공, 파트너 은행과의 상호 거래처 지원 등 현지화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은행 공급이 과잉된 상태에서 해외진출은 긍정적이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글로벌은행 뿐 아니라 국내 은행들간의 경쟁이 치열해 동남아 금융사들의 몸값이 치솟았다"며 "동남아 시장이 성장성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나중에 독이 될 수도 있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