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 자유한국당 김성태(왼쪽),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여야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에 대해 합의를 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소유를 최대 34%까지 허용해 주고, 적용대상은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제한을 두지 않는 방안이다.
시행령으로 대상으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일단 빗장을 전면 해제하는 만큼 최종 국회 문턱을 넘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7일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개혁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을 오는 2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정무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연다.
큰 틀에서 여야의 합의사항은 기존 최대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였던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한도는 34%까지 완화한다. 규제완화 대상도 법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다만 재벌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우려 등을 감안해 적용대상을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또는 전자상거래업 비중이 50% 이상이면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제 관건은 각 당내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비판적이었던 여당 내 강경파들이 합의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문제다. 규제완화 대상을 시행령에서 다룰 경우 추후 집권세력의 의지에 따라 전면 허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미 시민단체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금융노조 등과 함께 이날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은산분리 원칙마저 정면으로 훼손하면서 모든 산업자본에 은행소유를 사실상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측은 "8월 임시국회에서 사회적 반대에 부딪혔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9월 정기국회에서도 최소한의 명분과 방향성도 잃은 채 맹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재벌 대기업은 제외한다는 정부·여당의 은산분리 완화 명분과는 달리,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해 은산분리 원칙을 전면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슬림K 신용대출과 일반가계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대출한도가 소진된 탓이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서 매월 대출한도를 설정한 뒤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쿼터제를 운영 중이다.
쿼터제로 여신규모를 조절했음에도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0.71%로 은행권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요주주를 중심으로 30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