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맨 왼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18일 평양으로 간 재계 총수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양행 여객기인 공군 1호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나란히 옆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 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은 재벌가의 2·3세 경영인으로서 예전부터 돈독한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일례로 이재용 부회장은 2013년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이사직을 맡았는데,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아오던 자리를 승계한 것이었다.
최 회장이 당시 구속수감되면서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물려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이 보아오포럼 이사직을 추천해 물려줄 만큼 각별히 아끼는 재계 후배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같은 해 4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최 회장을 면회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풀려난 뒤인 2016년에는 두 사람이 함께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삼성과 SK는 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나란히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자이자,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사업에서 협력관계(이동전화 단말기-이동통신 서비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또 이날 공군 1호기에 오르면서 모두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평소와 달리 수행원이 없다 보니 직접 짐을 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가방 안에 어떤 경제협력 사업 보따리가 들었을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부회장은 또 공군 1호기 내에서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 옆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재계 1위 삼성의 총수가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최문순 강원지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평양에 도착한 재계 인사들은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호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있는 이 부회장, 최 회장 등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오른쪽), 최태원 SK 회장 등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이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 회장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평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역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 감회가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날 현 회장은 정확하게 47일 만에 다시 북한 땅을 밟게 됐다. 지난달 3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 이후 연이은 방북이다.
함께 평양으로 떠난 다른 총수들에게 대북사업은 미래의 일이지만, 현 회장에게는 '현재진행형' 숙원사업이다.
현대그룹 대북사업은 20년 전인 1998년 6월 16일 고(故)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 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물꼬가 트였다.
역사적인 '소 떼 방북' 이후 현대그룹은 같은 해 11월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했고, 2003년 개성공단 개발로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펼쳐나갔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인 2000년 8월에는 현대아산이 북한으로부터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최소 30년간 운영할 권리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SOC 사업은 사업권을 얻어낸 지 18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정치·외교적 문제로 외풍을 타며 제대로 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중단됐고,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인 2016년 2월에는 남북관계 경색 속에 개성공단 가동마저 전면 중단됐다.
시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이 첫 삽을 뜨고 남편 고(故) 정몽헌 회장이 기반을 닦은 대북사업을 이어받은 만큼 현 회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탄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사업재개를 향한 현 회장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출됐다.
현 회장은 지난달 정 전 회장의 추모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길에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올해 안으로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