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최근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사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매수 주문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1.5년물은 아예 발행하지 않고 2년물 발행을 500억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해당 회사채는 대표주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400억원, 키움증권은 100억원씩 각각 떠안는다.
폴라리스쉬핑(폴라리스쉬핑24-2, BBB+)은 3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 260억원만 참여했다. 물량이 모자라서 못사던 회사채가 발행 시장에서 100% 소화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부진한 수요 탓에 올 들어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도 크게 줄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수요예측에서 미달을 기록한데는 재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두산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보유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두산건설,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이하 인프라코어)를 지배하던 중간 지주회사 성격의 기업이다. 그룹 재무부담이 본격화하던 2010년대부터 계열 지원에 나서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두산건설의 약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인프라코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기도 했다.
국내 유일 원자력 주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안정적인 원전 수주로 지난 4년(2014~2017년)간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했다. 하지만 견조한 이익 기반이 사업여건 변화에 따라 발전설비 업황 부진에 노출됐다. 총차입금은 2014년 말 2조75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조9200억원으로 2조원 이상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122.6%에서 170.7%로 높아졌다.
신용등급도 'BBB+'로 추락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발행금리가 급등하는 등 일부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전반의 문제는 아니다. 재무리스크가 부각된 개별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민감도가 높아진 투자자들이 회사채 비중을 줄인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발행금액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자본확충에 나선 KDB생명은 22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미달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서 4.90~5.50%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1570억원만 유효수요로 참여했다. 금리도 희망공모금리의 상단인 5.50%로 결정됐다.
KDB생명은 지난 5월 2억 달러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도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84%에 4.66%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돼 자금을 조달한 것.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고금리 투자수요로 인해 하위등급 회사채가 흥행을 이어가자 하위등급 회사채 발행기업은 우호적인 수요로 인해 회사채 발행을 나선 측면이 강했다"면서 "최근 분위기는 하위등급 기업들의 발행 유보나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높아졌다. 하위등급 회사채 발행 감소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