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47분. 부산발 서울역행 KTX 열차 안은 연휴를 즐기고 서울로 돌아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김현정 기자
추석이 명절에서 연휴로 바뀌고 있다.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3대에 걸친 대규모 일가친척이 모여 성묘, 차례 등 전통의식을 치르는 민족 최대의 명절에서 나 홀로 혹은 부부·친구끼리 소박하게 즐기는 연휴가 됐다. 25일 오전 김해공항과 부산발 서울역행 KTX 열차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휴 막바지에 접어든 25일 오전 7시 20분. 공항 출국장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문혜숙(57) 씨는 "4박 6일간의 동남아 패키지 여행을 끝내고 이제 막 공항에 도착했다"면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큰집에서 명절을 쇠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건너뛰기로 해서 남편과 둘이 재밌게 놀다 왔다"며 활짝 웃었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백모(45) 씨는 "가족들은 한국에 두고 혼자 캄보디아에 갔다 왔다"며 "지난 20여년 간 명절마다 시댁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조상님 모시는 일은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백 씨는 "소중한 휴일을 전부치기나 설거지를 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서 "올해처럼 명절마다 혼자 여행을 즐길 계획이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들처럼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추석 연휴 특별 교통대책 기간(9월 21일~9월 26일)에 118만3237명, 일평균 19만7206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의 18만7623명과 비교해 5.1% 증가한 수치이다. 공사는 역대 명절 중 하루 평균 최다여객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부산발 서울역행 KTX 열차에는 친구, 반려견 등과 연휴를 즐기고 서울로 돌아가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윤정연(36) 씨는 "친구와 둘이 부산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라며 "고향집에 내려가면 친척들이 '그냥 아무나 만나서 결혼해', '이제 애 낳으면 노산이다'는 등 반 협박조의 잔소리를 해댄다"며 한숨을 쉬었다. 윤 씨는 "같이 앉아서 싸우느니 마음 맞는 사람과 놀러 다니는 게 훨씬 낫다"며 미소지었다.
열차에서 만난 김모(42) 씨는 "똘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해운대에 다녀왔다"면서 "근처에 반려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호텔이 생겨 겸사겸사 들렀다"고 말했다.
윤 씨와 김 씨처럼 추석 때 귀향하지 않는 사람도 늘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구직자 11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귀향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미혼(57.1%)이 기혼(48.7%)보다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귀향하지 않는 이유로는 '(시골, 고향에) 만나러 갈 친지가 없어서'가 23%로 가장 많았다. '잔소리, 스트레스가 예상돼서'(20%)가 뒤를 이었으며, 20대(27.6%)와 30대(26.5%), 구직자(28%)의 선택비율이 높게 나타났다.